“정치 중립적 공수처 꼭 필요, 제도 잘 갖춰 옥상옥 피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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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2호 10면

검찰 개혁, 전문가에게 들어보니

문재인 정부발 검찰 개혁이 속도를 내고 있다. 파격적인 검찰 인사와 함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등 새로운 제도 도입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검찰 개혁 필요성에 대해선 대부분 동의하지만 새 정부의 실행방안을 두곤 법조계 안팎에서 이견이 나오고 있다. 중앙SUNDAY는 이와 관련해 의견이 다른 전문가 2명을 인터뷰했다.

정치적 중립, 검사 스스로 지켜야 #개혁은 인사, 법개정, 개헌 순으로 #법무부의 탈 검찰화 시급한 상황 #과거보다 개혁 성공 가능성 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인회(53)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랜 기간 검찰 개혁에 대해 연구해 온 법조인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사법개혁위원회에서 전문위원을 지냈다. 학계로 온 2008년부턴 검찰권 견제와 관련된 논문을 잇따라 발표했다. 2011년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책을 펴냈다. 법조계 안팎에선 문 대통령의 검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장 가깝게 공유하는 학자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 교수를 지난 18일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연구실에서 만났다.

새 정부의 검찰 개혁 행보가 거침없다.
“검찰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법무부와 서울중앙지검 간 ‘돈봉투 만찬’은 검찰이 가진 난맥상을 잘 보여 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수사하는 자와 수사받은 자가 만났다는 점, 김영란법 도입 이후 확산되는 공직사회 청렴 문화에 역행하는 점 등 표면적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다. 핵심은 검찰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법무부라는 행정조직이 검찰과 일체화돼 있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정치권이 아무리 애를 써도 검찰을 견제·감시하기가 힘든 것이다. 검찰 개혁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인 법무부의 탈검찰화가 왜 필요한지 보여 주는 사건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어떤 순서로 이뤄질까.
“일단은 인사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 적절한 인물을 임명하는 게 첫걸음이다. 이후 시행령을 개정해 법무부의 직제 등을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검찰국장 정도를 제외하고는 법무부 고위직에 검사가 갈 이유가 없다. 그리고 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다. 공수처 설치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다음엔 검경수사권을 조정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이 필요하다. 최종적으로는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규정한 헌법을 개정하는 문제가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도입엔 반대 목소리도 많다.
“공수처는 검찰 개혁만을 위한 조직이 아니다. 공직사회 부패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고 둘째 목적이 검찰에 대한 견제다. 고위 공직자들의 권한 남용, 정경 유착, 권력형 비리를 줄이기 위해선 정치적 중립성을 가진 반부패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조직의 비대화나 옥상옥(屋上屋)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제도를 정밀하게 설계하면 피할 수 있다. 인적 대상은 고위 공직자로 한정하고 범죄도 권한 남용과 부패범죄만을 관할로 지정하면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하명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할 거 같은데.
“제도적으론 정치적 중립을 갖추는 장치는 검찰에도 완비돼 있다. 참여정부 때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와 임기제를 도입했다. 검사동일체 원칙도 없애고 직급도 단순화했다. 나머지 문화를 바꿔 가는 것은 검사들의 몫이다. 부당한 지시엔 검사들이 저항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내야 한다. 새 정부도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 준다고 했다. 공수처도 도입되면 특별검사들이 저항하는 과정이 2~3번의 임기가 지나는 동안 반복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사회적 신뢰라는 자본이 쌓이고 문화 자체가 변할 것이다.”
문 대통령도 정윤회 문건 재조사 등을 지시하지 않았나.
“그건 누가 봐도 잘못된 수사 아닌가. 진범을 놓치고 엉뚱한 사람을 잡은 사건이다. 공소시효가 남았으니 큰 틀에서 다시 조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은.
“경찰 개혁과 병행돼야 한다. 경찰은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는 방향을 검토해 볼 만하다. 광역 단위별로 경찰력을 분산하고 전국 단위 범죄들은 국가 경찰이 담당하는 방식이다. 인권 침해 우려는 문 대통령 공약처럼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도입해 변호사가 수사과정에 참여하도록 하면 된다. 이런 경찰 개혁이 먼저 이뤄진 다음 검경수사권을 조정해야 한다.”

김 교수는 검찰 개혁의 성공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자신했다. 참여정부 때에는 준비가 부족했고 검사들도 완강하게 저항했지만 두 번째인 이번만큼은 과거와 다르다는 설명이다.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적 요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검찰권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고 정치권력에 남용됐을 때 어떤 결과가 생기는지 전 정권의 사례를 통해 전 국민이 학습했기 때문이다. 또 문 대통령은 검찰이 가진 문제를 누구보다 가장 잘 아는 사람이고 검찰 개혁에 대한 의지가 무척 강하다. 주요 대선후보들도 다 검찰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성공 가능성이 가장 큰 시기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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