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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재즈 기타 거장 ‘솔의 전설’ 불러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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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팻 메시니, 빌 프리셀과 함께 세계 3대 재즈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존 스코필드(55). 그도 레이의 영혼을 부르는 의식에 동참했다. 지난해 레이 찰스의 명곡을 재해석한 음반 'That's What I Say - John Scofield Plays The Music Of Ray Charles'를 내놓고 전 세계 투어 중이다. 루벤 로드리게스(베이스.콩가.백 보컬), 게리 베르사체(키보드), 스티브 해스(드럼.백보컬), 딘 바우먼(보컬) 등 걸출한 음악인과 함께다. 이들은 미국.유럽.홍콩과 일본을 거쳐 3월 3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월드 투어의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1588-7890).

레이 찰스를 닮은 한국 음악인이 있다. 그도 레이처럼 어린 시절 시력을 잃었다. 레이는 밴드를 따라다니며 음악을 배웠고, 그는 사물놀이패에게서 음악을 느꼈다. 레이는 피아노를 택했고, 그는 하모니카를 택했다. 바로 한국의 하모니카 연주자 전제덕(32)이다. 전제덕은 2004년 국내 최초로 하모니카 연주 음반을 냈다. 존 스코필드의 이번 레이 찰스 추모 서울 공연에서 그는 자신의 밴드를 이끌고 오프닝 무대에 선다. 그런 전제덕이 선배 음악인이기도 한 존 스코필드를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본지가 전제덕의 질문을 받아 e-메일로 존 스코필드 측에 보낸 뒤 답변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음악인이 음악인에게 물어본 음악의 맛이란 어떤 것일까.

전제덕, 스코필드 e-메일 인터뷰

-레이 찰스는 저도 아주 좋아하는 뮤지션입니다. 이렇게 한 아티스트가 오로지 레이 찰스를 생각하며 음악을 만들고, 그걸 주제로 공연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요. 당신의 이번 작품은 가장 전통적이면서도 독창적으로 들렸습니다.

"저는 레이의 음악을 사랑합니다. 모든 곡이 아주 훌륭하면서도 단순해 창조적인 방법으로 완전히 재편곡하기 좋았지요. 앨범을 만들며 정말 행복했습니다. 제 초창기 음악 시절도 떠올리게 해줬죠. 레이는 그의 인생을 통해 다양한 음악 스타일을 추구했습니다. 따라서 그의 음악을 토대로 음악 작업을 하는 건 다양한 음악 방향을 실험하는 길을 열어주기도 했어요. 다양한 음악 스타일에 친근감이 있다는 점에선 레이와 저는 닮았습니다. 이런 멋진 곡들이 있는데 어떻게 공연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저는 하모니카 거장 투츠 틸레망의 음악에 반해 이 길을 걷고 있습니다. 왜 기타였나요. 기타를 평생의 악기로 삼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제가 어렸을 때 기타는 가장 유명한 악기였습니다. 게다가 1960년대 초에는 집.자동차.레스토랑.가게 등 도처에 음악이 깔려 있었죠. 11세 때 어머니에게 기타를 사 달라고 조르자 대여 기간 6개월짜리 기타를 빌려오셨죠. 막상 기타를 받으니 곧 마음이 변했어요. 드럼으로 바꾸고 싶다고 했죠. 그런데 어머니는 6개월간은 바꿔 줄 수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기타를 쳤습니다. 시작은 그랬지만 기타와 함께할 때 가장 즐겁기 때문에 지금까지 온 겁니다."

-아차 하는 사이에 균형을 잃는다거나 음을 틀리고, 리듬을 놓치는 경우가 있었나요. 초보 연주자들에겐 흔히 있는 일인데요.

"저도 초보 시절엔 그랬답니다. 많은 연습과 연주 경험을 통해 점점 나아졌죠.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고요. 자신이 존경하는 솔로 연주자를 분석하고 또 연습하면 점점 나아질 수 있지요. 또 나이가 들어갈수록 억지로 틀에 끼워 맞추려는 경향은 줄어드는 것 같아요. 많은 연습과 경험, 더 나은 뮤지션과의 협연을 통해 점점 자연스러운 연주를 하게 되죠."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운 연주로 유명하신데요. 녹음할 때 늘 '처음 녹음한 것(first take only)'만 고집한다는 소문도 들었습니다.

"물론 첫 번째 녹음이 가장 훌륭하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두 번째 또는 세 번째, 심지어 네 번째 녹음을 택할 때도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스튜디오에서 모든 뮤지션이 한꺼번에 최고의 협연을 벌였느냐입니다. 이번 음반도 'What'd I Say'의 보컬 부분만 따로 녹음했을 뿐 나머지는 완전히 라이브로 진행했습니다."

-마일스 데이비스 이후 최고의 밴드 리더 중 한 명으로 꼽히는데요. 어떤 기준으로 멤버를 선정하나요.

"밴드가 연주할 음악에 가장 잘 맞는 연주자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함께 많이 연주하고 나면 훌륭한 팀워크가 생기죠. 단지 연주인을 고용한다는 식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멤버 모두가 친해야 결과가 더 좋기 때문이죠."

-내한공연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큽니다. 저와 저희 밴드를 오프닝 게스트로 초청해 주셔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꽉 짜인 제 음반과 달리, 저 역시 무대에서는 역동적이고 자유로운 연주를 추구합니다. 혹시 제 음악을 들어보셨다면 음악적 조언을 해주실 수 없나요.

"고맙습니다. 제가 오히려 더 영광입니다. 저는 진짜로 제덕씨의 음악을 좋아합니다. 하모니카에 대해 정말 멋진 감각이 있더군요. 사실 저도 하모니카를 배워 보려 했었답니다. 아내가 하모니카를 선물하는 바람에 잠깐 레슨을 받았어요. 하지만 선생님이 무척 실망했지요. 그는 제가 뮤지션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하모니카에 친숙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불행히도 저는 그렇지 못했고요. 제가 당신의 음악에 대해 충고할 수는 없지만, 당신은 제게 하모니카 연주에 대한 충고를 해줄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번 공연에서 제덕씨와 함께 즉흥 연주도 해보고 싶습니다."

정리=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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