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7천만원짜리 '허송 특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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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는 8개의 특별위원회가 있다. 상설화된 예결특위는 제외하고서다. 이중 남북관계발전지원특위는 국회 차원에서 정부의 대북 관계 개선작업을 돕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11월 초 구성됐다. 그러나 구성 이후 9개월간 고작 세 번 회의를 열었을 뿐이다. 그러면서도 이 특위는 국회 예산을 매달 8백5만원씩 꼬박 받아 썼다. 지금까지 쓴 돈이 7천2백여만원이다.

국회 내 다른 특위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활동은 전무하다시피하면서 혈세(血稅)만 축내고 있다. 유명무실한 이들 특위는 한 달에 한 차례도 안 열린다. 지난해 8월 만들어진 기후변화협약대책특위는 일년 가까운 기간에 세 차례 열렸다. 지난해 말 활동이 끝난 세계박람회유치특위도 4개월 동안 딱 한 번 회의를 했다.

특위에 지급되는 8백5만원에는 위원활동비 4백50만원, 위원장이 쓸 수 있는 직급보조비 1백65만원이 포함돼 있다. 위원장에게는 차량 유지비 1백만원이 따로 지급된다.

뿐만 아니라 특위에 따라서는 전문위원과 입법심의관.조사관 등 국회 사무처 인력을 따로 배정받고 있다. 이 같은 인력 지원 역시 예산 낭비로 이어진다.

게다가 여야는 최근 재정개혁 등 3개 특위를 추가 구성키로 합의했다. 따가운 시선 때문에 신설 특위엔 활동비 형식으로 실비만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는 국회 스스로 기존 특위가 예산을 낭비하고 있음을 인정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도 국회는 기존 특위 예산은 그대로 두고 있다.

이런 국회가 앞으로 정기국회에서 예산을 심의하면서 "예산을 방만하게 운용하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다"고 정부 측을 추궁할 자격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아하다.

강갑생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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