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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캠프공신 고루 중용 … 민주당 인사 갈등 일단 봉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이춘석 사무총장(左), 김태년 정책위의장(右)

이춘석 사무총장(左), 김태년 정책위의장(右)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전면적인 당직 개편을 실시했다.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등 주요 당직 20개 중 18개 자리의 얼굴을 바꿨다.

사무총장에 호남 비문 이춘석 #정책위장에 핵심 친문 김태년 #주요 당직 20개 중 18개 바꿔 #안희정·이재명 도운 사람도 기용 #김민석은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장

추 대표는 개편에 대해 “대통령을 강력하게 지원하는 든든한 집권당으로 가는 첫걸음”이라며 “대통합·대탕평 원칙에 입각해 적재적소에 인물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임명한 새 얼굴들 중엔 친문재인계(친문), 비문재인계(비문) 의원은 물론, 지난 경선에서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를 도왔던 의원까지 골고루 포함됐다.

먼저 안규백 사무총장의 후임엔 이춘석(3선) 의원을, 윤호중 정책위의장 후임엔 김태년(3선) 의원을 임명했다. 이 신임 사무총장은 비문계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엷다. 전북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전북 지역 표밭을 고루 다지며 문 대통령의 당선에 기여했다. 문 대통령의 전북 지역 득표율은 64.8%로 전국 평균(41.1%)보다 23.7%포인트나 높았다. 추 대표는 이 총장 인선에 대해 “압도적 지지를 보내주신 호남에 당이 화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에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대선 당시 선대위 특보단장을 지낸 핵심 친문계다. 문 대통령의 신뢰가 두텁고, 청와대와 정부 내에도 인맥이 넓다. 20대 국회에서 예결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사무총장 인선엔 호남 배려, 정책위의장 인선엔 당·청 소통 강화라는 코드가 담겨 있는 셈이다.

추 대표가 당초 사무총장으로 유력하게 검토했던 김민석 전 의원은 결국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을 맡는 것으로 정리됐다. 사무총장직을 맡지는 못했지만 당내에선 김 전 의원의 향후 역할에 주목하는 이가 많다. 그는 연구원장 인선 발표 뒤 페이스북에 “나라와 당의 장래를 그려보는 일을 하게 됐다. 많이 도와 달라. 감사하다”고 썼다.

당 대변인엔 초선인 백혜련 의원과 김현 전 의원이 임명됐다. 두 사람은 친문계로 분류된다.

교육연수원장은 한때 손학규계로 분류됐던 전혜숙(재선) 의원이, 전략기획위원장은 김영진(초선) 의원, 홍보위원장은 제윤경(초선) 의원이 맡게 됐다. 김영진·제윤경 의원은 이재명 성남시장과 가깝다. 대외협력위원장은 안희정 충남지사를 도왔던 정춘숙(초선) 의원이, 당 대표 비서실장엔 친문계 문미옥(초선) 의원이 맡는다.

대선 이후 추 대표의 인사추천위 구상이 친문계의 반발로 무산되고, “추 대표가 자기 사람을 당직에 심어 친정체제를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당·청 간, 당내 계파 간 갈등의 조짐이 강하게 일었다. 하지만 추 대표가 ‘문재인 선대위’ 출신들을 중용하는 등 모나지 않은 인사안을 발표하면서 일단 갈등은 수면 아래로 들어갈 전망이다. 익명을 원한 친문계 의원은 그러나 “추 대표가 대선 승리로 조성된 화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괜한 분란만 초래했다는 비판 기류가 당내엔 분명히 있다”며 “또다시 당 화합을 깨면서 자기 색깔을 드러내려 할 경우 잦아들었던 갈등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민주당 중앙위원회는 이날 ‘국정 운영에 필요한 인사를 당이 추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명시된 당헌 개정안을 의결했다. 추 대표는 당초 인사추천위원회의 설치를 주장했지만 “청와대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친문계 의원들의 반발을 낳자 절충안을 택한 것이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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