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복강경 수술로 난관수종 치료 시험관아기 성공률 21.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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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원·차움과 함께하는 건강관리
직장인 김현정(38·여)씨는 결혼 후 3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자 인근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나팔관이 막혀 그동안 임신이 어려웠고, 그 안으로 물이 차올라 아이를 가지려면 수술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은 것이다. 난임의 원인 중 하나인 ‘난관수종’ 때문이다. 일반 여성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 질환의 원인과 치료법, 임신에 대해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김지원 교수를 만나 들어봤다.

나팔관에 물혹 생겨 난임 초래 #특별한 증상 없어 발견 어려워 #치료 땐 시험관 시술 횟수 줄어

김현정씨처럼 난임 때문에 병원을 방문했다가 ‘난관수종’ 진단을 받은 여성이 많다. 난관수종은 총길이가 7~12㎝ 정도인 나팔관의 끝부분이 막히고 여기에 물이 차오르며 생긴다. 나팔관의 다른 이름인 ‘난관’에 물혹이 생겼다 해서 난관수종이라 불린다. 김지원 교수는 “대부분의 몸속 물혹처럼 난관수종 역시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난임검사 중 하나인 나팔관조영술을 통해 발견한다”며 “일반 초음파로는 보이지 않으며 조영제를 주입하는 ‘하이코시’라는 특수 초음파로 처음 찾아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반 초음파로는 물혹 안 보여

자궁의 양옆에 긴 관 모양으로 붙어 있는 나팔관은 임신의 필수 기관이다. 난소에서 방출한 난자를 보호하고 질을 통해 올라온 정자와 수정이 일어나는 장소다. 수정 후에는 나팔관 안쪽의 털(섬모)이 수정란을 자궁 안쪽으로 이동시킨다. 자궁 안쪽으로 이동한 배아는 내막에 착상해 태아로 자란다. 김 교수는 “수정란 자체는 운동능력이 없어 나팔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막히는 경우 임신이 어렵다”며 “나팔관 이상은 배란·호르몬 장애와 더불어 난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난관수종은 한쪽 나팔관에만 생기기도 하고 양쪽에 모두 생기기도 한다. 난관수종이 난임의 원인이 되는 이유는 나팔관 끝에 물이 고이고 부풀어 올랐을 때 내부 액체가 자궁 쪽으로 역류하기 때문이다. 배아에게 독이 되는 이 액체는 착상을 방해해 임신 성공률을 떨어뜨린다. 김 교수는 “난관수종 치료를 위해 수술을 권유하면 겁부터 먹는 여성이 많다”며 “한쪽 나팔관에만 난관수종이 있어도 자궁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임신을 방해하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난관수종은 왜 생기는 것일까. 수종은 나팔관이 막히거나 좁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며, 특별한 이유는 없다. 자궁내막증이나 복막염 등을 앓아 기관 사이에 유착이 일어날 경우 나팔관이 막히거나 좁아질 확률이 높다. 김 교수에 따르면 난관수종은 나이, 임신·출산 경험과 관계없이 생길 수 있다. 암이나 중요한 여성 질병을 일으키지는 않지만 난임의 원인이 되므로 임신 전 여성들이 꼭 챙겨야 할 부분이다. 김 교수는 “이미 출산한 여성의 경우는 난관수종을 갖고 있어도 난임검사를 할 일이 없어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수종이 심한 경우 물이 넘치면서 질을 통과해 밑으로까지 내려오기도 하므로 평소 투명한 액체로 속옷이 젖는 경험을 했다면 난관수종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심하면 투명한 액체 흘러나와

임신을 원한다면 반드시 난관수종을 치료해야 한다. 나팔관 끝의 막힌 부분을 수술적 치료를 통해 뚫어주고 자연스럽게 물이 빠지면 자연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엄마, 아빠의 나이가 상대적으로 젊고 난소 기능이 우수한 경우 해볼 만 하다. 물을 빼낸 뒤 2~3개월 내 임신에 성공하는 여성도 많지만 6개월~1년 사이 난관수종이 재발해 자연임신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1~2년 이내에 자연임신이 되지 않으면 시험관아기 시술을 하게 된다.

여성의 나이가 38세 이상이고 난소의 기능과 자궁의 상태, 남편의 정자 활동성·모양·개수가 좋지 않을 경우라면 처음부터 나팔관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다. 수종을 완전히 없애기 위해서다. 김 교수는 “예전에는 배를 열어 수술했지만 요즘은 복강경 수술이나 로봇 팔을 이용해 떨림 없이 미세하게 수술하는 로봇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나팔관을 제거한 뒤에는 시험관아기 시술로 임신을 시도할 수 있다.

기본적 치료법은 제거 수술이지만 나팔관이 방광이나 장 등과의 유착이 심해 잘라내야 할 부위가 넓다고 판단되면 나팔관 끝부분만 묶는 시술을 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나팔관이 막혀 복강경 수술로 난관을 제거하거나 뚫을 경우 치료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 시험관아기 성공 확률이 21.7% 올라간다”며 “난임의 원인 질환을 치료한 뒤 시험관아기 시술을 시행하는 것이 시험관아기 시술 횟수를 줄이고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윤혜연 기자 yoo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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