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고도·속도·비행시간 감안하면 ICBM 직전 단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북한이 14일 기습 발사한 미사일은 최대 고도 2000㎞로, 30여 분을 비행했다. 과거 북한이 발사한 어떤 미사일보다 최대 고도는 높고, 비행시간은 길었다. 일부 구간에서는 최대 속도가 마하(음속) 15가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또는 ICBM 직전 단계의 성능을 가진 미사일로 우려하는 이유다.

최대 고도 2000㎞ 30분간 700㎞ 날아 #일부 구간 최대 속도는 마하15 넘어 #정상 발사 땐 4500㎞ 비행 가능 #“북 IRBM 중 최고의 기술적 완성도” #일본 “새로운 단계” ICBM에 무게 #미국은 “ICMB과 일치 안 해” 신중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일본 방위상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북한 미사일의 최대 고도와 비행 시간을 언급하며 “신형 미사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고도가) 2000㎞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합동참모본부도 “북한이 오늘 발사한 불상의 탄도미사일 1발은 비행거리가 700여㎞이며 추가 정보는 한·미 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합참 소식통은 “일본 측의 분석 수치를 인용해도 좋다”고도 말했다.

이날 발사한 미사일 이전에 최대 고도를 기록한 미사일은 지난해 6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무수단이다. 당시 최대 고도는 1413㎞, 비행거리는 400여 ㎞였다. 군 관계자는 당시 “발사 각도는 직각에 가까운 83도였다. 고각발사를 통해 주변국 영해에 미사일이 떨어지지 않도록 시험발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발사 각도와 최대 고도를 감안해 무수단미사일이 정상적으로 발사됐다면 3000㎞ 이상을 날아가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라는 게 군 당국의 분석이다.

북한이 지난 2월 고체엔진을 이용해 고각발사한 북극성-2형 미사일은 최대 고도 550㎞에 비행거리 500여㎞였다. 정상 각도(30~45도)로 발사했을 경우 탄두의 무게를 고려해 최대 사거리가 2000㎞ 이상인 IRBM에 해당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의 비영리 과학자단체인 참여과학자모임(UCS) 소속 물리학자인 데이비드 라이트는 이날 발사한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를 4500㎞로 계산했다. 정보당국에 따르면 이날 미사일의 최고 속도는 마하 15가 넘었다. 지난달 29일 북한이 발사했으나 70㎞ 상공에서 폭발한 미사일의 속도와 같았다.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ICBM 직전 단계의 성능을 가진 북한의 신형 IRBM일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까지 나온 북한의 IRBM 중 가장 강력하고 최고의 기술적 완성도”라고 평가했다.

비행시간도 ICBM 여부를 가르는 핵심 요소다. 미 의회예산처(CBO)에 따르면 러시아가 보유한 액체엔진을 이용한 ICBM은 비행 시간이 46분, 고체엔진을 이용한 ICBM은 38분을 각각 기록했다.

군 관계자는 “비행시간(30여 분)으로 보면 ICBM에 상당히 근접하는 수준”이라며 “탄도미사일은 속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일부러 천천히 날아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발사를 고각으로 했을 경우) 비행시간 등을 감안하면 최대 사거리가 6000~7000㎞일 수 있다”며 “사거리가 5500㎞를 넘는 탄도미사일은 ICBM으로 분류된다. 이 정도면 북한에서 미국 알래스카까지 타격할 수 있는 거리”라고 평가했다.

장영근 항공대 항공우주·기계학부 교수는 “최대 고도 2000㎞면 탄두가 대기권을 나갔다 다시 들어왔다는 의미”라며 “북한이 ICBM의 핵심 기술인 대기권 재진입 테스트를 함께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 측은 이번 미사일이 ICBM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양새다. 이나다 방위상은 ICBM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자세한 내용은 분석 중이지만 새로운 단계의 (북한 미사일) 위협”이라고 언급, ICBM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의 태평양사령부는 “이번 미사일의 비행(궤적)이 ICBM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며 ICBM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봤다.

이철재·김록환 기자 seaja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