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잔칫날 재 뿌린 북한 … 중국 강한 불쾌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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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 원 안)이 14일 베이징 국가회의중심(내셔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일대일로 정상포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시 주석 왼쪽),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시 주석 오른쪽),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오른쪽 원 안),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아래 맨 끝) 등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원 안은 한국 정부 대표단장으로 참석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날 일대일로 정상포럼에는 29개국 정상급 지도자 외에 부총리·각료 200여 명이 참석했다. [로이터=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 원 안)이 14일 베이징 국가회의중심(내셔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일대일로 정상포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시 주석 왼쪽),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시 주석 오른쪽),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오른쪽 원 안),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아래 맨 끝) 등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원 안은 한국 정부 대표단장으로 참석한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날 일대일로 정상포럼에는 29개국 정상급 지도자 외에 부총리·각료 200여 명이 참석했다. [로이터=뉴스1]

북한이 중국의 ‘잔칫날’에 또 재를 뿌렸다.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포럼’이 개막한 14일 보란 듯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북한의 첫 미사일 도발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에 밀려 북한 압박에 동참하는 중국에 대한 불만 표출 측면도 강하다.

시진핑의 빅이벤트 정상포럼 개막 #중 외교부 “미사일 반대” 공식 비판 #트럼프 지난달 “중, 특이한 움직임” #북한 핵실험 뜻 통보 받은 중국 #“국경 봉쇄” 압박해 막은 것 드러나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20일 6차 핵실험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중국에 통보했고, 중국이 “만약 핵실험을 할 경우 북·중 국경을 장기간 봉쇄하겠다”고 맞대응해 포기한 사실이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0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북핵 해결 관련 노력을 설명하다 갑자기 “바로 2~3시간 전에 특이한 움직임(unusual move)이 있었다”고 언급한 것은 이런 상황을 뜻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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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특이한 움직임은 당시 중국이 북한의 6차 핵실험을 막은 것을 두고 한 이야기였고, 이때 중국은 북한에 ‘추가 핵실험 시 (중국만의) 독자제재를 취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고 말했다.

결국 ‘4월 위기설’의 핵심은 북한의 6차 핵실험 감행이었고, 핵실험을 저지당한 북한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에 맞춰 신형 미사일 발사 도발에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으로서는 성공률도 높고 실패해도 대외적으로 결과를 어느 정도 속이는 게 가능한 핵실험이 유리한 도발카드이지만 중국이 이렇게까지 나오니 핵실험은 못하고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도발 감행시기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 정상포럼 개막일이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대외정책의 기둥이고 정상포럼은 중국 당국이 올해 열리는 행사 가운데 가장 심혈을 기울인 외교 이벤트다.

관련 사정에 밝은 외교가 소식통은 “중국의 초청으로 정상 수십 명이 참석하는 행사 개막일에 미사일을 쐈으니 중국은 북한이 시 주석의 체면을 손상시켰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대외환경 변화나 주변국 입장을 고려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최근 미·중의 초고강도 압박에 의해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는 하지 못했지만 미사일 능력의 고도화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은 이날 북한을 공식적으로 비판하며 강한 불쾌감을 내비쳤다. 중국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기술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있다.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역행하는 북한의 유관 발사 활동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간 중국은 주로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반대’라고 했고,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유감’ 내지는 ‘우려’라는 표현을 썼다. 미사일 발사에 반대란 표현을 쓴 것은 지난 2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때에 이어 두 번째다.

북한은 이전에도 유독 중국에 중요한 외교 행사가 있을 때 도발한 적이 많다. 지난해에는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마지막 날인 9월 5일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9월 9일엔 5차 핵실험을 감행, 중국의 성공적인 G20 정상회의 개최 성과가 빛이 바랬다. 지난해 4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ICA) 외교장관회의가 베이징에서 열리기 직전에도 두 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첫 정상회담을 하기 직전인 지난 4월 6일에도 탄도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은 그간 중국에 굉장히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며 중국이 자신들의 핵·미사일 개발을 좌우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이 미국과 보조를 맞춰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인 데 대한 불만이 크다”고 설명했다.

유지혜·김록환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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