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취임사, 노무현의 필사 윤태영이 초안 작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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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사실상의 취임사로 낭독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의 초안을 작성한 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필사'로 통하는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었다고 여권 핵심관계자가 전했다. 차기 정부의 국정철학과 과제, 새 대통령의 의지를 압축해서 담은 취임사는 대통령 메시지의 백미로 꼽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필사로 불리는 윤태영(55) 전 청와대 대변인. [중앙포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필사로 불리는 윤태영(55) 전 청와대 대변인. [중앙포토]

 문 대통령의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는 “기회는 평등할 것이다. 과정은 공정할 것이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다”는 대목이 포함돼 있다. 문 후보는 지난 2012년 대선 후보 수락 직후에도 똑같은 약속을 했다. 당시 수락연설문을 작성한 이가 바로 윤 전 대변인이었다.

윤 전 대변인은 노무현 청와대에서 두차례나 대변인을 했고, 연설기획비서관과 제1부속실장도 지냈다.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연설문 작성을 그에게 맡겼다. 그래서 ‘복심’이나 '필사'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윤 전 대변인은 경선 초반 문 대통령을 돕다가 안희정 충남지사 캠프의 총괄실장으로 옮겨갔다. 이후 문 대통령이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엔 선대위에서 다시 메시지 특보로 뛰었다. 지난 8일 문 대통령의 마지막 TV토론 연설문도 윤 전 대변인이 직접 작성했다.

취임사 초안을 논의하는 과정에는 윤 전 대변인외에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신동호 선대위 메시지 팀장 등이 참여했다. 윤 전 대변인 등은 문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대통령’ 을 부각하는데 공을 들였다. 그래서 취임사에선 “오늘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 한분 한분도 저의 국민이고, 우리의 국민으로 섬기겠다”는 부분이 강조됐다.  대선 이틀 전 완성된 초안은 다시 윤 전 대변인 등의 감수를 거쳐 대선 당일에야 문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메시지 팀이 전달한 최종 원고 그대로 다음날 취임식에서 읽었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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