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보고 새롭게 느끼라"|신춘문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신춘문예를 통해 문단에 나오려는 문학지망생들의 꿈이 부푸는 계절이다. 고통스런 문학수련의 과정을 거쳐 태어난 작품을 가지고 신춘의 문을 숨죽여 두드리는 그들의 가슴은 뛴다. 그러나 등용의 문은 좁다.
중앙일보사의 신춘문예응모에는 해마다 5백∼6백명의 소설지망생과 3천∼4천명에 달하는 시인지망생이 응모한다. 전국적으로 신춘지망자는 수만명에 달하지만 등용의 영예는 50명 미만이 차지한다.
신춘문예의 관문을 통과하는 작품은 물론 뛰어난 문학적 감성에 의한것이지만 신춘문예제도가 갖는 독특한 성격과도 관련된다. 신춘문예 심사를 해온 문인들은 그것을 「새로움」이라고 말하고 있다. 젊은 신인들에게서 새로운 창조적 차원을 기대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김용식씨는 『새롭게 보고 새롭게 느끼라』고 강조하고 있다.
모든 예술작품의 생명이 창조이지만 신춘문예에 있어서는 특히 신선한 느낌과 나아가서는 충격까지 줄수 있어야 한다고 김씨는 말하고 있다.
시인 김종해씨는 독특한 자기육성과 개성을 갖추고 자신의 것으로 내화된 작품은 그것이 다소 거칠더라도 적당한 기교로 짜맞춘 작품보다 훨씬 주목을 끈다고 말했다. 김씨는 신춘제도는 기본적인 시적 기교와 감성도 고려되지만 그것보다는 독특한 개성을 찾아내려는 눈이 먼저 작용하게 된다고 밝혔다.
소설에서도 새로움은 추구된다. 그러나 소재주의에 빠져 소설미학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작품은 곤란하다. 소설가 이문구씨는 『요즘들어 학생·노동권등 사회문제를 다루는 작품이 많으나 비슷한 테마의 도식화와 소재를 앞세워 문학작품으로 무르익지 못하는 경우를 본다』고 말했다.
소설가 서기원씨는 『자기 상념에 취하거나 인간이나 사물을 한번 걸러 표현하는 능력을 갖지 못한 작품이 많다』면서 『자기의 글을 객관화시켜 비판할수 있는 능력을 갖추라』고 당부했다.
어떤 소설에서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신춘문예의 경우 도입부의 구성이 중요하다.
소설가들은 첫 십여장에서 이 소설의 작가가 얘깃거리를 예고하고 있는지를 직감적으로 느끼고 그 직감을 존중한다.
소설에서 문장의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신인에게 자기문장을 기대하는것은 무리라고 하겠으나 평범한 어휘구사는 소설의 신선도를 떨어뜨린다.
문학작품은 자기 내면세계를 심화시켜 문학적 감성과 수련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단순한 기교로써 한두번 문단문을 두드렸다고 해도 그것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문인들은 신춘응모신인들이 자기 내면세계의 깊이와 폭을 넓히고 외곬정신으로 문학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