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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정권 실세' 조풍언 사망 뒤에야 마무리된 옥바라지 대가 75억원 세금 소송

중앙일보

입력

김대중 정부에서 대우그룹 구명로비를 한 혐의로 옥고를 치렀던 고(故) 조풍언씨의 옥바라지를 한 뒤 받은 75억원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낼 수 없다며 소송을 벌였던 조씨의 측근이 최종 패소했다.

조풍언 [중앙포토]

조풍언 [중앙포토]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조씨의 측근 A씨가 반포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가 제공한 용역도 조씨와 친분 관계에 기초해 옥바라지하거나 재판에 필요한 자료 등을 전달해 준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조씨로부터 받은 돈은 A씨가 제공한 용역의 객관적 가치와 비교해 지나칠 정도로 거액이어서 소득세법에서 정한 사례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08년 3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자신이 근무하던 회사의 실절적인 최대주주인 조씨에 대한 구속수사와 형사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조씨를 옥바라지했다. 조씨와 그의 가족들, 변호인 사이의 연락을 담당하고, 재판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거나 구치소 생활 등을 지원하는 일을 했다.

이후 조씨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주식 215만여 주를 A씨에게 주기로 합의서를 작성했다가 두 사람 사이에 주식 양도를 둘러싼 갈등으로 소송을 벌였다. 결국 이들은 지난 2012년 12월 A씨가 조씨로부터 주식 대신 75억원을 받기로 하는 법원의 화해 권고에 따라 2013년 1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75억원을 A씨가 지급받았다.

반포세무서는 이 돈이 옛 소득세법에서 정한 ‘사례금’에 해당한다며 A씨에게 종합소득세 26억9000여 만원을 부과했다. 그러나 A씨는 불복해 소송을 냈다. A씨는 “75억원은 합의에 따라 인적 용역을 제공한 대가로 받은 것이므로 소득세법상 금액의 80%를 필요 경비로 인정해주는 특칙에 해당한다. 이를 인정하지 않아 너무 많은 세금이 부과됐다”고 주장했다.

1, 2심은 “A씨가 한 일이 소득세법상 전문성이나 특수성을 갖춘 인적 용역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패소 판결을 내렸고 대법원은 이 판결을 확정했다.

한편 지난해 9월 미국 LA에서 지병으로 숨진 조씨는 ‘조풍언 게이트’로 알려진 대우그룹 구명 로비 사건(2008년)에 연루돼 6개월간 실형을 살았지만 2010년 12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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