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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동산 명의 안 바꾸면 당신 죽는다" …70대 노인과 결혼 뒤 재산 빼돌린 50대 여성 구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구지검 서부지청이 최근 70대 노인의 전 재산을 노리고 결혼 한 뒤 부동산 소유권을 빼돌린 50대 여성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대구에서 소규모 공장을 운영하는 신모(76)씨는 부인이 숨진 다음해인 2012년에 자주 다니던 다방의 주인 이모(51)씨와 재혼했다. 신씨에게는 아들과 두 딸이 있었다. 신씨는 이씨와 결혼할 때 생활을 계속하는 조건으로 4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정리해 이씨에게 넘겨줬다.

비극은 2015년 신씨의 장남이 뇌출혈로 갑자기 사망하며 시작됐다. 아들의 사망 후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던 신씨에게 이씨는 무당 두 명을 소개했다. 무당들은 신씨에게 "남은 부동산을 다른 사람의 명의로 돌리지 않으면 당신도 곧 죽는다"고 겁을 줬다.

무당들의 압박이 계속되자 신씨는 남은 6억원 가량의 부동산 소유권을 아내 이씨 명의로 바꿨다. 이 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게 된 이씨는 신씨 몰래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이를 여동생(50·요양보호사)에게 넘겼다.

이같은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던 신씨는 1년 뒤 이씨에게 부동산 소유권을 다시 넘겨 받으려 했다. 하지만 이씨는 부동산을 이미 여동생에게 넘긴 사실을 말하지 않고 가출했다. 그러면서 이씨는 주변사람들에게 "신씨에게서 성적 학대를 당해왔다"고 가출 이유를 설명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신씨는 이씨에게 이혼을 요구했지만 이씨가 거절했다. 그 사이 이씨는 신씨 앞으로 5억원짜리 생명보험을 들었다.

전 재산을 잃고 거짓 소문까지 나 어려움을 겪던 신씨는 경북 고령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신씨는 "부동산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 생명보험에 가입시킨 것은 나를 죽이려 계획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은 검찰로 송치됐다. 신씨는 이씨에게 이혼 소송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대구지검 서부지청은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명예훼손)로 이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무당과 공모했다는 증거는 없기 때문에 사기 혐의는 적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신씨가 출석해 재판부에 억울한 사연을 직접 호소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은 이씨를 구속 상태로 기소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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