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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경기에 강해"...'캡틴의 품격' 선보인 인삼공사 주장 양희종

중앙일보

입력

3일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KGC인삼공사 포워드 양희종. [사진 일간스포츠]

3일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KGC인삼공사 포워드 양희종. [사진 일간스포츠]

 "저 원래 슛 좋아요."

우승 걸린 프로농구 챔프전 6차전서 3점슛 8개 폭발 #부상, 통증에도 동료들에 '힘내라' 격려...솔선수범

2일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에서 가장 눈길을 끈 선수, 안양 KGC인삼공사의 캡틴 양희종(33·1m94cm)이 경기를 마친 뒤 한 말이었다. 이날 서울 삼성을 상대로 신들린 듯한 외곽슛 능력을 선보인 양희종은 3점슛을 8개나 터뜨려 팀의 88-86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정규리그 평균 3.93점을 기록했던 양희종은 이날 적재적소에 터뜨린 3점슛으로만 24점을 넣으면서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리고 그는 "3점슛을 이렇게 한 경기에 8개나 넣은 적이 있냐"고 한 장내 아나운서의 질문에 담담하게 "원래 슛이 좋았다"고 답했다.

양희종은 수비 전문 선수라는 수식어가 달라붙어왔다. 2013~14시즌엔 최우수 수비상을 받았고, 2014~15 즌과 올 시즌엔 수비 5걸에 뽑혔다. 2007년 안양 KT&G(KGC인삼공사 전신)에 입단한 뒤 수비력을 자신의 경쟁포인트로 삼았다. 양희종은 "수비하는 게 공격보다 두 배 이상 힘들다. 그래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프로에서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양희종은 "원래 슛이 좋았다"는 말처럼 득점 감각도 있는 선수다. 고교, 대학 시절에는 가능성 있는 슈터였다. 삼일상고 시절엔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상대를 폭격하는 에이스였고, 연세대에서도 슈터로 인정받았다. 그는 '전자 슈터'로 이름을 날렸던 고(故) 김현준 전 삼성 코치의 이름을 딴 '김현준 장학금'의 수혜자이기도 했다. 프로에서의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수비력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득점력이 떨어지는 선수'라는 오명도 들었던 양희종은 소속팀의 우승이 걸린 큰 경기에서 슛이 폭발했다. 양희종은 "잡으면 쏘려고 나왔다. 들어가든, 안 들어가든 편하게 던지려 했다. 감이 좋았다"면서 "후배들이 입맛에 맞게 패스를 잘 줘서 고맙다. 큰 경기는 항상 강하니까, 느낌 아니까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양희종은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잘 펼치기로 유명하다. 그 때문에 부상도 잦다. 지난 시즌까지 큰 부상만 꼽아봐도 10여 차례다. 올 시즌에도 지난해 12월 왼쪽 발목 인대가 파열돼 5주 가량 뛰지 못했다. 김승기 KGC인삼공사 감독은 "이번 챔프전에서 양희종이 어깨, 발목 등 성한 데가 없었다. 정말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양희종은 "삼성 선수들도 힘들겠지만 우리도 진통제 먹어가며 뛰었다"고 말했다.

KGC인삼공사 주장 양희종이 3일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한 뒤, 그물 커팅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 일간스포츠]

KGC인삼공사 주장 양희종이 3일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확정한 뒤, 그물 커팅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사진 일간스포츠]

그런데도 양희종은 팀 주장답게 솔선수범하는 자세로 큰 경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챔프전 2차전에서 상대 가드 이관희와 몸싸움 때문에 야유를 들으면서 시리즈를 치른 이정현은 "희종이형의 '힘내라'는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희종이형이 없었으면 끝까지 뛰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희종은 "개개인이 강하지만 함께 뭉치면 더 강하다"는 말로 동료들을 자극시켰다. 말 그대로 '주장의 품격'이 무엇인지 보여준 양희종의 모습에 유독 더욱 유쾌했던 올 시즌 챔프전이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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