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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전쟁' 선거에 얼마나 영향 미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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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용지 인쇄 작업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대전의 한 인쇄소에서 충청남도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투표용지를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용지 인쇄 작업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대전의 한 인쇄소에서 충청남도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투표용지를 살펴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상품을 만들면 시장에서 파는 방법이 있다. 후보를 상품이라고 생각하면 온라인 시장은 전혀 딴 세상이더라. 암거래로 형성되는 새로운 세계가 있다. 유명 커뮤니티 몇 곳은 이미 특정 캠프에 다 매수된 것 같다. 우리 후보에게 우호적인 글을 쓰면 바로 삭제되고 강퇴당한다. ”

유력 대선 후보 캠프에서 뉴미디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현직 의원의 말이다. 최근 선거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전쟁’이라고 할만하다. SNS 게시글들은 여론을 빠르게 형성하고 전파성도 높다. 인터넷 사용에 밝은 젊은층과 진보 성향 이용자들의 여론이 더 크게 부각되는 면도 있다. 실제 SNS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얼마나 될까. 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두 리포트를 통해 살펴 봤다. 4ㆍ13총선에서 SNS가 미친 영향력을 분석했다.

입법조사처 연구보고서 2개 분석 #진보 성향 후보에 효과, 후보의 소통능력 반영 #수도권-진보-젊은층-단순 홍보 편중 한계도

진보성향 후보에 효과, 편중 한계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30일 발간한 ‘입법과 정책’에 수록된 ‘20대 총선의 소셜미디어 캠페인 특징과 효과:수도권 사례(장우영 대구가톨릭대 교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선에서 수도권 지역은 전체 후보 456명 중 72.1%(329명)이 트위터를 선거 캠페인에 활용했다. 트위터를 활용한 329명의 후보 가운데 114명(34.6%)이 당선됐다.

정당별로 살펴보면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당선 비율(69%)이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31.3%), 국민의당(3%)보다 높았다. 장 교수는 “팔로어수와 리트윗수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압도적으로 우세했고, 이들 중 다수가 당선되는 결과를 얻었다”며 “진보 성향의 트위터 이용자들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진보 후보들을 지원하는 캠페인 기제로 활용됐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총선의 선거기간 동안 평균 리트윗수는 1051.39회로 19대 총선의 평균 리트윗수(31.74회)에 비해 33배 증가했다. SNS에 대한 후보자와 유권자의 관심 정도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장 교수는 “당선자 집단의 평균 활동기간(57.17개월)이 낙선자 집단(33.64개월)보다 2년 가까이 더 길어 공고한 신뢰 확보와 지지자 충원에서 더욱 유리했다”고 봤다.

SNS 대선 운동, 누가 잘했나. [중앙일보 4월 27일자 5면 보도] 

SNS 대선 운동, 누가 잘했나. [중앙일보 4월 27일자 5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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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가 가장 많이 리트윗한 상위 100개의 후보 트윗을 분석해보면 SNS 이용의 한계점도 나타난다.
1. 상위 100개 트윗의 총 리트윗 수는 8만4247개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전국 기준 상위 100개 트윗의 총 리트윗수 9만2280회의 91.3%에 달하는 수치다. 리트윗이 압도적으로 수도권 후보들에 편중됐다는 의미다. 상위 100개 트윗에 해당되는 후보 역시 20명에 불과했다.
2. 상위 100개 트윗 중 정책 메시지는 17개 뿐이었다. 깊이 있는 이슈를 형성하기 보다는 단순 홍보의 도구로 사용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의미다.
3. 포지티브 트윗(87개)이 네거티브(13개) 트윗 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미지와 동영상을 활용한 감성 인용이 82개로 많았고, 언론보도물을 활용한 객관적 자료 인용은 10개였다.

장 교수는 “소셜미디어 캠페인은 지속적 활동과 팔로잉, 리트윗을 통해 득표율 제고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지만 당선 자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후보의 현직 여부와 소속 정당과 같은 전통적인 요인이 여전히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소셜미디어의 효과를 과잉 또는 축소 해석하기 보다는 여러 결정요인과 비교 해석해 그 위상을 적실하게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소셜미디어는 후보들의 소통능력 

지난해 8월 발간된 ‘20대 총선 후보자 및 당선자의 소셜미디어 이용 동향과 특징(김유향 입법조사처 과학방송통신팀장)’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후보자들의 평균 트위터 팔로워 수는 1만4908명인 반면 당선인(비례대표 제외)은 2만8312명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유튜브의 팔로워 수도 당선인 평균이 후보자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김 팀장은 “선거와 소셜미디어의 인과적 관계를 밝히기 위해서는 보다 중층적이고 광범한 조사연구가 필요하지만 소셜미디어를 통한 유권자 소통에 더 적극적이었던 후보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당선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정당별로는 선호하는 SNS 유형도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새누리당 후보자들은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블로그, 인스타그램 이용에 다른 정당 후보자들을 앞섰다. 더불어민주당 후보자들은 트위터와 유튜브 이용률이 다른 정당보다 높았다. 국민의당 후보자들의 경우 페이스북 이용률이 62.6%로 다른 서비스의 이용률을 웃돌았다.

김 팀장은 “후보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서비스는 페이스북”이라며 “이는 후보자들이 유권자와 직접적 소통에 편리한 교감형 소셜미디어를 더 선호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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