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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위키피디아 접속 차단하고 '데이트' TV프로 중단시킨 까닭은

중앙일보

입력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3) 터키 대통령이 개헌안 국민투표 가결(4월 16일) 뒤 반대파를 대거 숙청하는 등 철권통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권력 강화한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연일 공포의 숙청 칼날 #경찰 9000명 직위 해제 이어 29일 공무원 등 4000명 해임 #‘정적’ 펫훌라흐 귈렌과 연계 혐의

터키 정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오후 관보를 통해 공무원ㆍ군인ㆍ교수ㆍ성직자 등 3974명을 테러단체와의 연계 혐의로 해임한다고 밝혔다.
26일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 펫훌라흐 귈렌(76)과 연계됐다는 이유로 경찰 9000명을 직위 해제하고 1000여명을 구금한 지 사흘 만에 또다시 대규모 숙청을 감행한 것이다.
에르도안은 터키의 저명한 이슬람 종교 지도자 귈렌을 지난해 7월 쿠데타 배후 조종 인물로 지목하고, 귈렌파 숙청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이후 사법부ㆍ군인ㆍ경찰ㆍ 교수ㆍ성직자 등 12만 명이 직장을 잃었고, 4만 명이 체포됐다.

펫훌라흐 귈렌.

펫훌라흐 귈렌.

귈렌은 한 때 에르도안과 정치적 동지였지만, 귈렌의 종교ㆍ사회운동이 터키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사이가 멀어졌다. 귈렌은 1999년 에르도안에 의해 반역죄로 기소되기 직전 도미했다.
에르도안은 현재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는 귈렌을 터키로 송환하라며 미국도 압박하고 있다.

에르도안의 칼날은 반대파 숙청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언론ㆍ문화 통제도 강화했다. 터키 정부는 이날 오전 5시를 기해 국가 안보상 이유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www.wikipedia.org) 접속을 차단했다.
관영 아나돌루통신은 “터키가 여러 테러조직과 공조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어 위키피디아를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터키 정부는 지난해 쿠데타 직후에도 거짓 정보가 유통된다며 페이스북ㆍ트위터 접속을 차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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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서 인기가 높은 TV프로그램 ‘데이트쇼’ 방영도 중단시켰다. 젊은 남녀가 소개받고 데이트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다. 누만 쿠르툴무스 터키 부총리는 이에 대해 “터키의 전통과 관습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에르도안에 권력이 집중되면서 국가 통치이념이 세속주의(정교분리)에서 이슬람주의로 회귀할 거란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터키 인권단체들은 “국가가 인터넷과 언론ㆍ방송에 필터를 끼우겠다는 얘기”라며 “언론 자유와 인권 침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반발했다.

16일 앙카라에서 쿠데타에 참여한 군인들이 체포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쿠데타의 배후로 재미 터키 종교 지도자인 펫훌라흐 귈렌을 지목했으나 그는 혐의를 부인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

16일 앙카라에서 쿠데타에 참여한 군인들이 체포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쿠데타의 배후로 재미 터키 종교 지도자인 펫훌라흐 귈렌을 지목했으나 그는 혐의를 부인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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