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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일로 바른정당 내분…유승민계 “이은재, 나가줘서 고맙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바른정당의 내분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28일엔 지난 1월 24일 창당이후 첫 탈당의원이 나왔다.

이은재 의원, 탈당 후 자유한국당 복당 첫 사례 #비유승민계 20명, 단일화 재촉구 입장문 발표 #투표용지 인쇄시기(30일) 넘기면 단일화 효과 반감

바른정당 서울시당위원장인 이은재(강남병) 의원은 28일 “바른정당을 떠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고자 한다. 좌파 세력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제 한 몸 기꺼이 던지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이 의원의 자유한국당 복당으로 바른정당 의석은 32석으로 줄었다.

바른정당 탈당을 선언한 이은재 의원과 바른정당 의원들 [중앙포토]

바른정당 탈당을 선언한 이은재 의원과 바른정당 의원들 [중앙포토]

탈당 발표전 이 의원을 포함해 김학용ㆍ김성태ㆍ이종구ㆍ홍문표ㆍ장제원 의원 등 바른정당 의원 8명은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조찬 회동을 했다. 이들은 회동 뒤 주호영 원내대표와 권성동ㆍ김용태ㆍ황영철 의원 등의 서명을 추가로 받아 20명 의원 명의로 “3자 후보 단일화를 강력히 촉구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바른정당은 지난 24일 심야 의원총회에서 5시간의 격론 끝에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간 3자 단일화를 추진키로 이미 결론을 냈다. 유 후보와 '유승민계' 의원들은 “당론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이들을 뺀 나머지는 모두 유 후보의 대선 완주에 반대하고 있다. 입장문 발표는 유 후보에 대한 압박 강화다.

유 후보는 그러나 이날도 “민주적 절차를 거쳐 후보를 뽑아놓고 막판에 흔들기를 하는 건 정당 역사상 없다”며 “선거운동이 하기 싫으면 최소한 (후보) 흔들기는 안 해야 한다. 그게 당연히 도리 아니냐”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지난 25일) TV 토론에서 저를 포함해서 후보 세 사람 모두 단일화는 없다고 국민이 보는 앞에서 이야기 했다”며 “그럼에도 모임을 계속 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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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선 바른정당이 더 큰 갈등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이날 입장문을 낸 의원들은 유 후보가 계속 완주를 고집할 경우 집단행동까지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홍문표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유 후보가 계속 그대로라면 이르면 일요일(30일)이나 월요일(5월 1일)에 의원들의 중지를 모아 최종 결단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의원들의 추가 탈당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이미 유승민계 의원들과 비유승민계 의원들 사이의 감정이 상당히 악화된 것도 갈등 봉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이 의원의 탈당을 두고 유 후보와 가까운 의원들 사이에선 “나가줘서 고맙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정치권에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용지 인쇄를 시작하는 30일을 넘긴다면 단일화 동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고, 설사 단일화가 되더라도 그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투표용지에 후보 이름이 그대로 남게 되면 무효표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른정당 내분의 경우 단일화 요구 자체가 대선 이후 정계개편 또는 당권 경쟁을 염두에 둔 정치적 포석의 성격이 강하고, 친 유승민계와 비 유승민계 사이의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 단일화 효과와는 무관하게 갈등이 계속 폭발할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허진ㆍ정종훈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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