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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불붙는 선거판] '부산·영남' 盧 자존심 시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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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년 4월 15일엔 17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있다. 8개월이나 남았지만 금배지를 노리는 경쟁자들의 발걸음은 벌써 분주하다. 여기에 청와대 이해성 홍보수석과 비서관.행정관 등 7명이 총선에 출마하겠다며 물러나 기름을 부었다.

청와대 사람들까지 현장으로 뛰어들면서 선거판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정국의 혼미도 과열을 부추긴다. 권노갑 비자금 사건, 여권 신당 논의의 불투명한 전망과 신.구파의 갈등, 체제 정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오르지 않는 한나라당 지지율, 한나라당 일부 의원의 탈당 등으로 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는 난전(亂戰)양상이다.

한치 앞 예측조차 어렵다. 열기는 상대적으로 수도권과 영남.호남권이 뜨겁고 충청과 강원.제주권은 아직 차분하다. 혼전 지역의 경합 선거구를 중심으로 출마 예상자들의 움직임을 점검했다.

부산.경남(PK)은 부산시장에 도전하고 이 지역에서 금배지를 달았던 노무현 대통령의 승부처다.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도 부산고 출신으로 PK 세력이 당내 주요 기반이다. 총선의 승패가 갈라지고,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벌어질 곳이다.

청와대 이해성 홍보수석이 사표 제출과 함께 부산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대통령의 측근인 최도술 총무비서관과 박재호 정무2비서관도 부산 출마를 목표로 사퇴 의사를 밝힌 상태다.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YS 때의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이 이번 8.15 때 사면.복권됐다. 이들의 출마가 예상되면서 지역 정가에선 "진검승부가 시작됐다"는 말이 나온다.

金전장관은 복권이 결정된 지난 12일 盧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부담이 많았을 텐데 고맙다"고 사의를 표시했다. 盧대통령은 "조만간 식사나 한번 하자"고 답했다고 한다. 金전장관은 오랜 지역구였던 영도(한나라당 金炯旿의원)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洪전수석의 복권을 위해선 盧대통령의 대부격인 송기인 신부가 노력했다고 한다. 부산의 신당 추진 세력 등 盧대통령 주변 인맥에선 洪전수석이 연고지인 서구에서 출마해 주길 바라고 있다. 이밖에 盧대통령의 최측근인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허성관 해양수산부 장관.조영동 국정홍보처장 등 부산 출신 인사들의 막판 합류 가능성도 거론된다.

경남의 경우 김해(한나라당 金榮馹의원)와 거제(한나라당 金淇春의원)의 승부가 관심을 끈다. 盧대통령 측에선 대통령의 출생지이자 분구가 예상되는 김해에서 최소한 한석을 건지기 위해 총력전을 편다는 방침이다. YS의 고향인 거제에선 그의 차남 김현철씨가 올 봄부터 사무실을 개설해 저인망식 다지기를 하고 있어 김기춘 의원을 긴장시키고 있다.

한나라당 측은 "정권 출범 초반의 盧대통령에 대한 민심의 기대는 그의 부적절한 언행과 실정으로 차가워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당에 대한 盧대통령의 어정쩡한 입장 탓에 민주당 쪽과의 완전 결별을 바라는 유권자들이 지역 신당 세력에서 등을 돌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박관용 국회의장을 제외하고 모두 한나라당적인 PK의 현역 의원 32명에 대한 물갈이 폭이 관심이다.

물갈이 과정이 순조롭지 못해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야당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대거 출마할 경우, 'PK=한나라당 텃밭'이라는 등식이 깨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입장에서 볼 때 대구는 상대적으로 덜 긴장되는 곳이다.

지역구 현역 의원들에게 박창달(동구).이원형(수성갑).박세환(수성을) 등 전국구 의원들이 공천 티켓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에 위협적인 요소로 盧대통령의 측근인 이강철 정무특보 내정자와 무소속 출마가 예상되는 이재용 전 남구청장이 떠오르고 있다.

대구.경북의 경우 한나라당 바깥에선 이수성 전 총리.권기홍 노동부 장관.김광림 재경부 차관.김태일 영남대 교수.김중권 전 민주당 대표.최기문 경찰청장.김화남 전 경찰청장.추병직 전 건교부 차관.정상명 법무부 차관 등이 거명되고 있다. 신당 추진 쪽에선 한나라당 탈당파인 김부겸 의원의 대구 징발설을 흘리고 있다.

이수호.강갑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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