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 한국인 돕기 시민운동 15년째 '사이토 마사키'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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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재일 한국인의 생존권을 지켜주는 것은 우리 일본인의 책임입니다."

재일 한국인 돕기에 발벗고 나선 일본인 공무원이 있다. 일본 교토(京都)부 우지(宇治)시청 직원인 사이토 마사키(藤正樹.58)는 관내 우토로 마을에 사는 한인 돕기 운동에 15년째 참여하고 있다.

재일동포 70여가구 2백30여명이 살고 있는 우토로 마을은 아직도 제2차 세계대전의 상처가 남아 있는 곳이다. 전쟁 당시 이 지역에는 비행장 건설을 위해 끌려온 한인 노무자들의 집단 수용소가 있었다. 전쟁이 끝난 뒤 일부는 귀국했지만 고향에 돌아가도 생계가 막막한 동포들은 이곳에 판잣집을 짓고 눌러앉았다. 이후 동포들은 판자를 뜯고 집을 지었지만 토지 소유권이 없어 무허가 건물에 사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던 중 비행장 건설 사업을 맡았던 일본국제항공에서 토지 소유권을 넘겨받은 닛산(日産)자동차가 1988년 부동산회사인 서일본식산(西日本殖産)에 토지를 매각하면서 동포들은 생존권을 위협받았다. 서일본식산은 주민들에게 마을을 떠날 것을 요구했으며 동포들은 이에 반발해 법원에 소송을 냈다. 10여년간의 지리한 법정 공방 끝에 최근 일본 대법원은 서일본식산의 손을 들어줬다. 따라서 동포들은 언제 강제 철거반이 들이닥칠지 몰라 불안해 하고 있다.

'우토로를 지키는 시민모임'은 이즈음인 88년에 만들어졌으며 사이토는 초창기부터 핵심 회원으로 참여했다.

사이토는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지 않았거나 전후에 곧바로 보상이 이뤄졌다면 우토로 주민들의 인생은 전혀 달라졌을 것"이라며 "유대인들이 강제노동을 시켰던 독일 기업에서 거액을 보상받은 것에 비하면 한인들은 정반대의 일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정부에서 하수도 시설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우토로 주민들은 큰 비만 오면 물에 잠기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다"며 "공무원 신분으로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것이 조심스럽긴 하지만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토=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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