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대학생도 '점원 봉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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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안국동 아름다운 가게 본부. 이곳 3층 계단 옆 작은 방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토산품 기증품이 가득 찬 상자들이 어른 키만큼 쌓여 있다. 풍문여고 2학년 최소희(18)양은 토산품을 하나하나 꺼내 깨끗하게 닦아낸 뒤 가격표를 붙인다. 먼지 나는 골방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이웃을 위해 값진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원래 방학 중 세 번만 나와 일을 도우면 학교에서 봉사활동으로 인정해주지만 세 번을 채우고도 그의 방문은 계속되고 있다.

"이 일을 하는 간사언니가 일이 많아 보여서요. 하다보니 이 나라 저 나라에서 온 물건들을 구분하는 게 신기하고 또 정리하는 일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매일 점심 때마다 이곳에 와서 오후 6시까지 일하는 崔양은 "손질한 물건들이 팔려나가고, 또 그 수익금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쓰인다고 생각하니 일할 때마다 느낌이 새롭다"고 말했다. 崔양을 만나려는 친구들도 아예 이곳으로 찾아와 봉사활동을 함께 한다. 이날 처음 이곳을 찾았다는 친구 박정현(18)양은 "소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봉사를 하다보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가게 홍보캠페인팀 이현정 간사는 "자발적으로 이곳을 찾아 봉사하는 학생이 30명가량 된다"며 "풍문여고 RCY팀과 김선화.정은옥.김함박양 등은 조를 짜 매일 오전 판매를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고교생뿐 아니다. 시립대 경영학과 4학년 장속도(26)씨는 벌써 다섯달째 꾸준히 봉사하고 있는 베테랑.

장씨가 아름다운 가게를 찾게 된 것은 제대한 뒤 돌아온 캠퍼스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고 싶어서였다. "예전 대학생 때는 사회에 기여한다는 보람이 있었는데, 요즘 대학생들은 너무 획일적이고 자기 중심적"이라는 장씨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보고 찾아왔는데, 일을 하다보니 다른 사람을 위한 노동 자체가 좋다"고 말했다.

4학년인 장씨는 취업준비에 대해 "책만 들고 있다고 다 취업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는 "원래 남이 쓰던 물건은 잘 사용하지 않을 것으로 알았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는다"며 "좋은 물건을 고르면서 남을 돕는 모습을 보며 우리 사회가 여전히 건강하다는 것에 감동받는다"고 말했다.

정형모 기자 <hyung@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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