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열 마디 말보다 한 장의 사진, 한 컷의 영상을 통해 누군가를 깊이 각인할 때가 있습니다.
정치에서 그런 영상을 통한 이미지의 효과는 매우 큽니다. 2002년 대선 당시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눈물을 흘리던 TV 광고는 아직도 많이 회자되곤 합니다. 노 전 대통령의 볼에 눈물이 흐르는 사진은 여전히 많은 사람의 뇌리에 존재할 겁니다.
사실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도 없는 얘기이기도 합니다. 사진을 통한 이미지가 중요하다는 것은요.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들도 수많은 사진을 남기고 있습니다. 하루에도 많을 때는 10개 가까운 일정을 소화하고 있으니 아마 후보 본인도 기억 못하는 사진이 많을 겁니다.
그런데 각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나 정당이 공개하는 사진을 보면 각 후보를 관통하는 어떠한 이미지가 보입니다.
먼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볼까요?
문 후보는 한 손을 높이 든 사진이 많이 올라와있습니다. 역대 대통령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알겠지만, 주로 대통령이 국민에게 손 인사를 할 때는 한 손을 사용하곤 합니다.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고, 준비된 후보라는 걸 유권자에게 강조하려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홍 후보의 별명은 '홍트럼프'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발언 수위가 높고 여느 정치인이라면 조심스럽게 할 말도 속시원하게 하기 때문인데요. '홍트럼프'라는 별명 때문일까요? 홍 후보는 손으로 누군가를 가리키는 듯한 사진이 많습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다른 후보와 가장 차별화된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데요.
안 후보 스스로 '강철수'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선거 벽보도 다른 후보들과 달리 두 손을 번쩍 든 사진을 써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유독 두 손을 번쩍 들고, 또 주먹까지 쥔 사진이 많습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여타 후보들보다 상대적으로 지적인 이미지가 강합니다.
유 후보는 경제학 박사로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데. 그래서일까요? 여러 사진 중에서도 누군가를 만나 설명하는 듯한 손짓이 잡힌 사진이 많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특색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심블리'라는 별명을 가진 심 후보는 상대적으로 깜찍한 사진이 많습니다. 그런 사진을 찍을 때마다 손도 보조를 맞추는데요. 진보 진영의 대표적 정치인으로서 상대적으로 강한 이미지를 유하게 만드려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