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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 책, 별별 저자] 간신 뒤엔 어리석은 군주 ‘혼군’ 혼군 뒤엔 비호하는 백성 ‘간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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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역사의 경고
김영수 지음
위즈덤하우스
276쪽, 1만6000원

간신
오창익·오항녕 지음
삼인, 284쪽, 1만4000원

절대왕정 시대도 아닌데, ‘간신(奸臣)’ 문제가 불거졌다. 우리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간신에 휘둘리는 어리석은 군주, ‘혼군(昏君)’이 돼버린 기막힌 현실 때문이다. 권력에 빌붙어 제 뱃속을 채우고 나라를 망치는 간신의 수법은 21세기 민주 공화국에서도 유효했던 것이다. 어떻게 하면 간신을 구별해 몰아내고, 간신의 횡포로부터 우리 사회를 지킬 수 있을까. 그 답을 역사 속에서 찾아보려는 책 두 권이 동시에 출간됐다. 시대 분위기에 맞춰 발빠르게 기획해 펴낸 책들이다.

특히 ‘우리 안의 간신 현상’을 부제로 붙인 『역사의 경고』는 역사학자인 저자의 기존 저서 『간신은 비를 세워 영원히 기억하게 하라』(2002), 『간신론』(2002), 『치명적인 내부의 적, 간신』(2009)의 내용을 재구성한 책이다. 짜깁기를 해서까지 황급히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간신은 권력이 있는 조직에선 어디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역사 현상”이란 것이다. 책은 “우리 모두의 내면에 조금씩은 다 갖고 있는 간신 현상에 대한 철저한 성찰”을 당부하면서, 간신 현상의 거대한 숙주인 ‘혼군’을 끊임없이 우상화하고 비호하는 ‘간민’의 행태도 지적한다.

책의 내용 대부분은 중국 역대급 간신들의 천태만상 간행(奸行) 사례다. 청나라 건륭제의 총애를 받아 재정권·인사권을 독점하고 천문학적 재산을 긁어모은 화신, 자기보다 못한 자들만 등용한 당나라 이임보, 정적 제거를 위해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던 명나라 환관 위충현 등의 이야기다. 저자는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간신 현상을 모두 중국 역사에서 찾은 이유도 밝혔다. “우리 역사상의 간신들에 대한 연구는 전무한 편”이어서인데, “혈연과 지역·학연으로 얽힌 관계망이 자기 조상의 누구를 간신으로 지목해서 비판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간신 후손 눈치 보느라 남의 역사를 빌어 교훈을 끄집어내야 하는 처지라니, 새삼 간신 이야기에 주목해야 하는 형편만큼이나 딱하다.

시민운동가(오창익)와 역사학자(오항녕)의 대담 형식으로 쓴 『간신』도 역사 속 간신 이야기를 통해 간신의 실체를 보여주는 책이다. 왕망·조고·양국충 등 중국 간신 이야기에 신돈·임사홍·이이첨 등 우리 역사의 간신 사례를 몇몇 더했다. 책의 장(章) 구분은 송나라 진덕수가 편찬한 『대학연의』의 기준을 따랐다. ▶나라를 통째로 훔친 자 ▶아첨으로 권력자의 사랑을 받은 자 ▶거짓말로 세상을 속인 자 ▶부귀영화를 위해 나라를 버리는 자 ▶남을 모함하고 헐뜯어 제 잇속을 챙기는 자 ▶백성들에게 세금을 걷는 데 혈안이 된 자 등이다. 800년 전 간신 구별법이 놀랍도록 시의적절하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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