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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아침] '흑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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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흑명'- 고재종(1957~ )

보길도 예송리 해안의 몽돌들은요

무엇이 그리 반짝일 게 많아서

별빛 푸른 알알에 씻고 씻는가 했더니

소금기, 소금기, 소금기의

파도에 휩쓸리면 까맣게 반짝이면서

차르륵 차르륵 울어서 흑명,

흑명석이라고 불린다네요

이 세상에서 내게 남은 유일한 진실은

내가 이따금 울었다는 것뿐이라던

뮈세여, 알프레드 뒤 뮈세여


산돌을 주워다 국화밭에 놓고 물을 주어 길렀다고 쓴 시인은 미당(未堂)이었던가. 아, 이 시는 한 발짝 더 떼어 놓으며 돌이 '운다'고 말하네. 파도에 쓸릴 때 까맣고 반짝이는 돌이 운다고 말하네. 둥글둥글해져 무심(無心)할 듯한 돌도 이따금 '차르륵 차르륵' 운다고 말하네. 나도 젖은 몽돌들 곁에서 울고 싶네. 뮈세여, 함께 울지 않겠는가. "삶은 잠, 사랑은 그 꿈"이라고 쓴 뮈세여.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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