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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모정...옛 시어머니 흉기로 찌른 50대

중앙일보

입력

 “아이들과 함께 살고 싶었습니다. 전 아이들을 버린 게 아닙니다.”
지난 18일 오전 10시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서울동부지법. 9명의 배심원 앞에 선 송모(53ㆍ여)씨는 “나와 아이들 사이를 이간질하는 시어머니가 미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송씨는 이혼한 남편의 어머니 A(75)씨를 찾아가 수면제를 넣은 쌍화차를 먹여 잠들게 한 후 흉기로 복부를 3차례 찔렀다. 송씨의 자녀와 함께 사는 A씨가 “다른 여자들은 이혼해도 애를 데리고 사는데 너희 엄마는 자식을 버렸다”며 이간질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송씨는 2004년 가정폭력과 도박 등을 이유로 남편과 이혼했다. 이혼 후 시댁과는 왕래가 없었지만 2015년 12월부터 자식들이 할머니인 A씨와 함께 생활하면서 간간이 식사를 함께했다. 송씨는 그 자리에서 A씨가 전 남편의 말만 믿고 자신을 험담했다며 ”자식들이 괜한 오해를 할까 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이 송씨에게 ‘집 앞 미용실 여자도 이혼했는데 자식들 데리고 잘 살더라’고 말한 적은 있지만, 손자와 전 며느리 사이를 이간질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A씨는 “애들이 자기가 버려졌다는 것을 아는데 손자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이동욱)는 송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앞서 9명의 배심원도 모두 송씨에게 유죄를 평결했다. 재판부는 송씨가 전 남편에게 학대받았고 자녀가 할머니 집에서 생활하자 심리적 위축과 박탈감을 느낀 부분을 고려하면서도 일주일 전부터 살인을 계획적으로 준비한 점 등에 근거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김민관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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