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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진통…학사 업무도 마비|조선대·전주대 등 사태 갈수록 악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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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립대가 진통하고 있다. 학사업무가 몇 달째 완전 마비되는 대학도 있다.
2학기들어 끝없이 계속되는 학생들의 농성소요로 학교가 무력화되고 재단마저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는 파국을 맞고 있다.
2학기 들어 거의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전교생이 유급위기에 봉착한 조선대에서는 학부모가 수습에 나서는 전례없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으나 감독관청인 문교부는 개입의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재단비리」 「무능총장」이 학생들의 규탄대상이 되고있으며 더러는 「학과 설폐」「종합대승격 탈락」 「교명변경」 등에 이르기까지 학교당국의 조치를 규탄하고 있다.
선거정국을 맞아 대학가를 휩쓸던 정치바람이 비교적 잠잠한 가운데 학교당국과 학생이 정면 대치하고 있는 사립대 진통은 2학기를 한달 남짓 앞두고도 쉽게 물릴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조선대=80년 사립대 파동으로 물러났던 교주 (교주) 박철웅 총장이 지난해 12월 총장직에 복귀하면서 조선대는 학내분규의 씨앗을 잉태했었다.
사태의 직접 계기는 지난 8월5일·박총장의 강치중병원장(70)에 대한 폭행사건에서 비롯됐다.
박총장이 1학기 의대생의 중간고사 거부 책임을 묻던 중 강병원장의 가슴을 주먹으로 쳤다는 이른바 「교수폭행사건」으로 수련의를 포함한 교수들이 박총장에 반기를 들고 일어섰다.
2학기 개강후 학생들은「독선을 일삼는 박 총장 퇴진」과 「도민대학 건설」 요구로 시위를 계속하다 9월18일 총장실과 도서관등을 점거, 농성에 들어가는 사태로 발전했다.
도민대학 건설 요구는 49년 7만2천여명의 호남인 성금으로 학교가 설립됐으나 당시 설립 실무를 맡았던 박총장이 가로채 사유화했다는 주장이다.
학생들은 이밖에 ▲광주사태 관련 해직교수 복직▲제적생 복교▲교권유린 및 학생탄압 중지 등 포괄적 요구를 내걸기 시작했다.
9월18일 이후 학교행정은 완전 마비, 체육대·의과대 및 일부 4학년생 강좌를 제외하고는 수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9일 가정학습을 공고한 학교측은 학생들이 이에 불구 ,농성을 계속하자 10일 경찰에 공권력개입을 요청했으나 거부됐다.
88학년도 입시업무가 앞으로 10일밖에 남지 않은데다 11월말까지 수업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전원유급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라 학교측은 12일 학생대표와 대화를 개시했으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문교부도 손을 쓰지 못하자 학부모들이 단과대별로 학부모협의회를 구성 ,사태 해결책을 모색하고 나섰다.
◇전주대=교비 기채상환중지, 총장 퇴진 등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시위·농성이 9월15일부터 두달 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12일 이사장과 총장이 동시에 사퇴의사를 선언했다.
중간고사가 거부당하고, 수강률은 20% 미만.
학생들은 84년 신동아그룹이 대학을 인수할 당시의 채무 4백50억원 가운데 1백70억원의 기채에 대해 매년 3억원씩 교비로 원리금을 갚아나가고 있다며 재단이 갚기로 한 부채를 학생 (등록금)에게 떠넘겼다고 재단을 규탄하고 있다.
학생들의 소요가 재단규탄으로 일관하자 최정영 이사장은 12일 공고문을 게시, 『1백70억원의 교비상환 기채를 포함, 학원의 총부채를 책임지고 대학 설립정신을 이어받을 사람이 있다면 학교를 넘기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이종윤 총장도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일부 학생들의 움직임은 대학사회를 파멸로 이끌고 있다』 며 총장직을 사퇴하겠다고 공고했다.
◇숭실대=지난달 26일부터 학교발전 못시키는 무능재단 퇴진 및 총장 사퇴, 기독교 교육제도 개선 등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점거농성·기물파괴 등으로 6일부터 12일까지 가정학습을 실시했으나 학생들이 농성을 계속, 수습전망은 극히 불투명한 사태다.
학생들은 본관의 재단 이사장실과 총장실 등의 의자·책상 등을 운동장으로 끌어내 지난달 30일 일부를 불태웠으며 지난 30일엔 가정학습 중인데도 학생 1백여명이 재단 이사장실과 학생처장실 등에 난입, 유리창과 기물을 파괴했다.
학교측은 수습을 위해 학생과 총장·재단이사장 등의 대화를 주선하고 있으나 어려움을 겪고있다.
◇수원대=지난달 26일 문교부의 대학정원 조정에서 도내라이벌 K대가 종합대로 승격한 반면 수원대가 누락됐다며 중간고사를 거부한 채 시위·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학생들은 지난달 21일 이사장실·학장실 등에 몰려가 유리창 3백20장과 기물 등을 파괴했다.
수원대는 10월말 한차례의 가정학습을 실시했으나 그 후로도 계속 정상수업이 이뤄지지 않은 채 13일부터 학교당국이 학생과 대화에 나섰다.
◇서울여대=종합대 승격에서 탈락된 데 항의, 지난달 28일부터 철야농성 및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학생들은 금년 내 종합대 승격보장 무능 이사진 퇴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성균관대=지난달 19일부터 학생들의 중간고사 거부로 소요가 시작돼 지난달 28일부터는 수원 자연과학캠퍼스 학생 1천여명이 체육대 신설에 반대, 본부건물을 점거하는 바람에 학교행정이 마비됐었다.
학교측은 체육대 신설계획을 백지화한다고 발표, 10일 농성중인 학생들이 해산했으나 11일부터는 이에 반발한 체육교육과 학생들이 본부건물을 점거하는 바람에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청주사대=88학년도부터 교명을 「서원대학」으로 바꾸고 사범대에서 일반대학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 발표된 뒤인 지난달 20일 이후시위·농성이 계속되고 있다.
학생들은 일반대 전환 반대·교명고수를 이유로 내걸고 있다.
◇항공대=9월14일 총학생회 발족과 함께 재단퇴진, 국립대 환원 등의 요구조건을 내걸고 소요가 계속되고 있다.
학생들은 지난달 28일 학장실등 본부건물을 완전 점거, 철야농성을 벌었다.
한편 학생들은 12일 「항공대학의 사학화로 학생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 전· 현직 문교부장관 6명과 교주인 조중훈 한진그룹회장 등 모두 8명을 서울지검에 고소했다.<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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