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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자, 평창" 피겨요정 최다빈-김나현의 약속

중앙일보

입력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나현(왼쪽)과 최다빈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나현(왼쪽)과 최다빈

"기특하다고 했어요." 동갑내기 친구이자 경쟁자인 두 피겨요정이 함께 웃었다. 부상으로 세계선수권 출전을 반납한 김나현(17·과천고)와 올림픽 티켓 2장을 따온 최다빈(17·수리고) 얘기다.

지난 1월 제71회 전국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선수권 경기를 마친 김나현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오른 발목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로 출전했지만 당당히 3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김나현은 4대륙 선수권과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 그리고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세계선수권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김나현의 부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발목 부상 때문에 허벅지까지 무리가 가는 바람에 4대륙 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 실수를 연발했다. 결국 프리스케이팅은 포기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이를 악물고 경기를 마쳤지만 눈물을 쏟아냈다. 결국 김나현은 차순위인 최다빈에게 세계선수권 출전을 양보했다.

삿포로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따낸 최다빈의 어깨는 무거웠다. 10위 이내에 들어야만 평창올림픽 쿼터 2장을 따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다빈의 상승세는 대단했다. 점프의 안정성(consistency)이 뛰어나 '컨시퀸'이란 별명을 얻은 최다빈은 침착한 연기로 10위에 입상했다. 김연아(우승)와 박소연(9위)에 이은 역대 세 번째로 좋은 성적으로 올림픽 출전권 두 장을 획득했다.

17일 열린 대한빙상경기연맹 성정 우수자 포상 수여식에 참석한 김나현은 "경기가 새벽에 열려 실시간으로 보진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봤다. 문자메시지로 대견하고 기특하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최다빈은 "쇼트프로그램이 끝난 뒤 나현이가 응원 문자를 보냈다. 프리스케이팅도 침착하게 잘 하라고 했다. 기특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나현은 "다빈이가 '떨려 죽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나라도 떨렸을 것"이라고 미소지었다.

출전권은 최다빈이 획득했지만 아직 누가 평창에 갈 지는 모른다. 다음 시즌을 앞두고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두 명의 주인공이 가려진다. 두 선수가 앞서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단 한 번의 경기로 가려지기 때문에 변수가 많다. 김나현은 "발목은 아직 치료중인데 최근부터 스케이트 훈련도 시작했다. 다빈이가 지금 워낙 잘하고 있다. 선발전에서 같이 잘 해 평창에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다빈은 "선수들이 가장 힘든 부분이 부상이다. 나현이가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보름 [대한빙상경기연맹]

김보름 [대한빙상경기연맹]

한편 이날 열린 시상식에선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24·강원도청)과 남자 쇼트트랙 이정수(28·고양시청), 남자 피겨 차준환(16·휘문고)이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세 선수는 1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우수 신인 선수상은 스피드스케이팅 김진수(25·의정부시청)와 쇼트트랙 황대헌(18·부흥고), 피겨 임은수(14·한강중)가 수상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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