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마다 벌어지는 대선후보 가족들의 수난시대가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 자녀의 취업과 재산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이 이번에는 부인(婦人) 문제로 2라운드 공방을 벌이면서다.
문 후보 측은 부인 김정숙 여사의 ‘고가 가구’ 구입과 관련한 해명 때문에 도마에 올랐다. 2012년 대선 당시 TV 대선 광고에서 문 후보가 앉은 의자가 1000만원대의 고가라는 지적이 나오자 김 여사는 “모델하우스 전시 가구를 싸게 샀다” “아는 분이 땡처리로 산 것을 중고로 샀다”고 해명이 오락가락했다. 최근 김 여사가 당시 의자뿐 아니라 다른 고가 가구까지 여러 점 구입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문 후보 측은 “딸 결혼식을 앞두고 몇 점을 헐값에 산 것” “건설업자에게 빌려준 돈 2500만원을 가구로 대신 받고, 추가로 1000만원을 지불한 것” “2500만원 중 가구 구입 비용은 1000만원”이라고 세 차례 해명이 바뀌었다.
안 후보 부인 김미경 교수는 부적절한 처신 문제로 비판을 받았다. 김 교수는 안 의원의 국회 보좌진에게 사적 업무를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방 출장 기차표를 대리 예매하게 하거나, 대학 강의료와 관련한 서류를 준비시켰다는 전 보좌진의 증언이 나오면서 물의를 빚었다. 김 교수는 지난 14일 “나의 여러 활동과 관련해 심려를 끼쳤다.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안 후보도 16일 “아내가 사과했다”며 “저도 같은 마음”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양 후보 측은 연일 논평을 쏟아내며 가족 문제를 집중 부각하고 있다. 한국은 정치인에게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덕목을 강하게 요구하는 사회다. 가족에 대한 의혹거리를 스스로 제공하고 확산시킨 두 후보 측의 처신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조기 대선으로 검증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상황에서 정치권이 또 한 번 ‘자극적인 네거티브’라는 유혹에 빠졌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안 후보의 딸 설희씨 재산과 관련해 하루에 수차례씩 논평을 내며 재산 의혹을 공격하던 민주당은 재산이 공개되자 과녁을 부인으로 돌렸다. 국민의당도 문 후보의 정책이나 수권 능력보다는 5년 전 제기된 아들 준용씨의 취업 문제와 가구 논란에 매달리고 있다.
네거티브가 과연 효과는 있을까. 가족 공방으로 과열된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는 그다지 큰 변동이 있는 건 아니다. 두 후보 측은 상대방의 공격은 ‘네거티브’, 자기들의 비난은 ‘검증’이라고 주장한다.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은 이미 성숙해졌는데 정치권만 5년 전, 10년 전 대선 때에 머물러 있다.
유성운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