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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네거티브전에 또다시 등장한 후보부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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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유성운 기자 중앙일보 기자
유성운정치부 기자

유성운정치부 기자

대선 때마다 벌어지는 대선후보 가족들의 수난시대가 이번에도 반복되고 있다. 자녀의 취업과 재산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측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이 이번에는 부인(婦人) 문제로 2라운드 공방을 벌이면서다.

문 후보 측은 부인 김정숙 여사의 ‘고가 가구’ 구입과 관련한 해명 때문에 도마에 올랐다. 2012년 대선 당시 TV 대선 광고에서 문 후보가 앉은 의자가 1000만원대의 고가라는 지적이 나오자 김 여사는 “모델하우스 전시 가구를 싸게 샀다” “아는 분이 땡처리로 산 것을 중고로 샀다”고 해명이 오락가락했다. 최근 김 여사가 당시 의자뿐 아니라 다른 고가 가구까지 여러 점 구입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문 후보 측은 “딸 결혼식을 앞두고 몇 점을 헐값에 산 것” “건설업자에게 빌려준 돈 2500만원을 가구로 대신 받고, 추가로 1000만원을 지불한 것” “2500만원 중 가구 구입 비용은 1000만원”이라고 세 차례 해명이 바뀌었다.

안 후보 부인 김미경 교수는 부적절한 처신 문제로 비판을 받았다. 김 교수는 안 의원의 국회 보좌진에게 사적 업무를 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방 출장 기차표를 대리 예매하게 하거나, 대학 강의료와 관련한 서류를 준비시켰다는 전 보좌진의 증언이 나오면서 물의를 빚었다. 김 교수는 지난 14일 “나의 여러 활동과 관련해 심려를 끼쳤다.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안 후보도 16일 “아내가 사과했다”며 “저도 같은 마음”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양 후보 측은 연일 논평을 쏟아내며 가족 문제를 집중 부각하고 있다. 한국은 정치인에게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덕목을 강하게 요구하는 사회다. 가족에 대한 의혹거리를 스스로 제공하고 확산시킨 두 후보 측의 처신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조기 대선으로 검증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상황에서 정치권이 또 한 번 ‘자극적인 네거티브’라는 유혹에 빠졌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안 후보의 딸 설희씨 재산과 관련해 하루에 수차례씩 논평을 내며 재산 의혹을 공격하던 민주당은 재산이 공개되자 과녁을 부인으로 돌렸다. 국민의당도 문 후보의 정책이나 수권 능력보다는 5년 전 제기된 아들 준용씨의 취업 문제와 가구 논란에 매달리고 있다.

네거티브가 과연 효과는 있을까. 가족 공방으로 과열된 지난주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의 지지율 차이는 그다지 큰 변동이 있는 건 아니다. 두 후보 측은 상대방의 공격은 ‘네거티브’, 자기들의 비난은 ‘검증’이라고 주장한다.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은 이미 성숙해졌는데 정치권만 5년 전, 10년 전 대선 때에 머물러 있다.

유성운 정치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