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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일자리 81만 개, 안철수 3% 국방비 … 재원 대책은 ‘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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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자료 : 각 후보 10대 대선 공약

자료 : 각 후보 10대 대선 공약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대표 공약은 공공부문 중심의 일자리 81만 개 창출이다. 돈은 얼마나 들까. 문 후보 측이 지난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대선공약’(이하 10대 공약) 자료에 따르면 공공일자리 창출에 연 3조2000억원,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에 연 9000억원이 든다. 5년간 총 20조5000억원이다. 그렇다면 이 돈은 어떻게 마련할 계획인가. 자료에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자료 : 각 후보 10대 대선 공약

자료 : 각 후보 10대 대선 공약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까지 점진적으로 증액하겠다”는 공약을 10대 공약에 넣었다. 안 후보 측 추산에 따르면 향후 5년간 10조원의 예산이 투입돼야 한다. 안 후보는 이 돈을 마련할 방안으로 ‘방산 비리 근절 및 세출 예산 조정’을 들었다. 구체성이 떨어지는 하나마나한 방안이다.

후보별 10대 공약 자료 살펴보니 #심상정만 구체적 조달안 내놨지만 #64조 부자 증세 치우쳐 논란 예상 #4명은 돈 드는 공약 대부분 무대책 #기존예산 조정 등 원론적 접근 그쳐 #국민 상대로 한 ‘부실 약속’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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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요 자금 명시하지 않은 공약도 수두룩

각 대선후보가 10대 공약(公約)을 순차적으로 발표했다. 공약은 후보가 유권자에게 하는 약속이다. 유권자는 후보의 약속을 꼼꼼히 따져보고 투표장으로 향한다.

하지만 후보들이 16일까지 발표한 공약은 선언과 주장만 있지 어떻게 실천할지에 대한 구체안이 부족해 공약(空約)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가 주요 정당 대선후보인 문재인·안철수·홍준표·유승민·심상정 후보의 ‘10대 공약’ 자료를 분석한 결과 모두 ‘재원조달 방안’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거나, 적시했더라도 원론적인 언급 수준에 그쳤다.

김갑순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는 “국민 세금으로 선거 비용을 지원받는 정당이 공약의 구체적인 비용 조달 계획을 밝히지 않는 건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는 예산 투입이 필요한 14개 세부 공약 중 ‘공공 일자리 81만 개 창출’과 ‘장병급여 단계적 인상’(연 1300억원 소요), ‘청년구직 촉진수당’(연 3조9500억원) 등 8개 공약을 설명하면서 재원조달 방법을 언급하지 않았다.

나머지 6개 공약에서도 ‘기존예산 범위 내 지출예산 편성 조정’ ‘일반회계 예산 활용’ ‘일반회계 조정’ 등 일반론적인 방법만 제시했다.

14개 중 ‘창업국가 조성’ ‘자주국방력 확보’ 등 6개 공약에 대해서는 소요 자금이 얼마나 될지 밝히지 않았다.

안철수 후보는 재원조달 및 투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15개 세부 공약 중 ‘소방 및 원자력방호능력 향상’ 하나를 빼고 재원조달 방안을 밝혔지만 알맹이가 없었다. ‘기존 예산을 조정해 충당’ ‘방산비리 근절 및 세출예산 조정’ ‘중복사업 정리’ ‘재정 및 조세개혁’ 등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 또 소요자금을 명시하지 않은 세부 공약은 전체 15개 중 13개나 됐다.

자료 : 각 후보 10대 대선 공약

자료 : 각 후보 10대 대선 공약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10대 공약 자료에서는 예산투입이 필요한 공약들을 가려내는 작업이 쉽지 않았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해 뽑아낸 19개 세부 공약 중 재원조달 방안을 언급한 건 단 한 개 ‘대학생 교통요금 30% 할인’뿐이었다. 그나마 조달 방안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가 전부였다. 소요 비용을 명시하지 않은 공약도 19개 중 14개에 달했다.

자료 : 각 후보 10대 대선 공약

자료 : 각 후보 10대 대선 공약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예산 투입이 필요한 9개 세부공약의 재원조달 방안을 적시했지만 내용은 역시 원론적 수준에 그쳤다. 9개 중 6개의 재원조달 방안이 ‘불필요한 재정지출 절감과 중(中) 부담·중 복지 합의에 의한 재원 확보’로 동일했다. 유 후보는 각 세부 공약별 소요 비용은 적시하지 않았다.

자료 : 각 후보 10대 대선 공약

자료 : 각 후보 10대 대선 공약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그나마 구체적 재원조달 방안을 내놓았다. ‘소득세·법인세·상속증여세·종합부동산세 납부액에 10~20%를 추가 부가하는 방식으로 사회복지세를 부과해 연 21조8000억원의 복지재정을 확충한다’는 식이었다.

‘법인세 최고세율 25%로 회복 등을 통해 연 10조6000억원 조달’ ‘소득세율 구간 6%-15%-25%-35%-45% 체계 개편 등을 통해 14조원 조달’ 등의 방법으로 총 63조9000억원의 재원을 확보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재원조달 방안이 ‘증세’에만 집중돼 있다. 심 후보는 전체적인 재원조달 규모와 방법만 적시했을 뿐 공약별로 비용이 얼마나 들지, 얼마를 투입해야 할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막상 집권 땐 재원 조달 어려움 알게 될 것”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선 후보들은 공약 실천을 위해 10조원 조달을 쉽게 얘기하지만, 이는 지난해 법인세수(52조1000억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큰돈”이라며 “막상 집권하고 나면 그 돈을 새롭게 조달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선후보들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한 뒤 국민의 검증을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선거 정착을 위해 정당이나 후보자는 공약의 구체적인 목표, 추진 우선순위, 이행방법, 이행 기간, 재원조달 방안을 명시해 발표하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규정하고 있다. 대선후보들이 제출한 10대 공약은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17일부터 열람할 수 있다.

한편 일부 대선후보들은 17일 선관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10대 공약 최종본에서 재원조달 방안을 일부 보완했지만 여전히 구체성은 부족했다. 문 후보는 일자리 81만개 창출 등 일자리 공약 전체에 대해 ‘재정지출개혁과 세입확대를 통해 마련’이라는 내용의 재원조달 방안을 첨부하는 등 원론적 수준의 조달방안들을 대거 추가했다. 청년구직촉진수당에 소요되는 자금액이 연 3조9500억원에서 연 5400억원으로 대폭 줄어드는 등의 수치 조정도 있었다. 홍 후보도 대부분의 공약에서 ‘낭비요소 제거를 통한 예산의 효율성 증대’등의 원론적인 수준으로 재원조달 방안을 추가해 적시했다. 유 후보도 재원조달방안에 ‘복지예산 집행체계 투명화’, ‘세제 개편’ 등의 내용을 추가했다. 정책선거 정착을 위해 정당이나 후보자는 공약의 구체적인 목표, 추진 우선순위, 이행방법, 이행 기간, 재원조달 방안을 명시해 발표하도록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규정하고 있다.

세종=박진석·하남현·이승호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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