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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응원전 미국 축구팀, 경기마다 4만 관중 모아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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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7호 20면

핵심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관계관리 전략

길거리 응원을 펼치는 미국 프로축구팀 시애틀 사운더스의 팬들. [사진 사운더스]

길거리 응원을 펼치는 미국 프로축구팀 시애틀 사운더스의 팬들. [사진 사운더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초연결(Hypercon nectivity)을 통한 개방과 공유 수준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확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소비자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다면 고객을 잃게 되는 상황에서 신규 고객군을 발굴하기보다는 기존 고객군을 제대로 유지하는 기업의 수익성이 5~7배나 높다고 한다. 고객 관계관리가 기업의 성패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제대로 된 고객 관계관리를 통해 수익성과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면 3가지 항목을 점검해 보자.

고객 입장에서 여정지도 그리고 #매 순간 차별화된 경험 제공해야 #광고부터 포장까지 감동 준 애플 #고객이 자발적 매니아가 돼 공유

첫째, 핵심 고객이 누구인지 파악하고 자원을 집중하고 있는가?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선두 주자인 아디다스 ‘스피드팩토리’의 핵심은 빠른 생산이 아니다.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맞춤형 생산이다. 저성장 시대에도 성장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의 성공 요인 역시 고객 밀착 경영이다. ‘어뮤즈먼트 디스카운트샵’이라는 간판을 붙인 잡화점 돈키호테는 물건을 찾고, 발견하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주부와 고등학생 대상의 패션기업 시마무라는 이들이 방문하기 쉬운 위치에 매장을 개설하고 주부 사원을 배치했다.

빅토리아시크릿 제품을 선보이는 톱 모델 미란다 커. [중앙포토]

빅토리아시크릿 제품을 선보이는 톱 모델 미란다 커. [중앙포토]

로버트 시몬스 하버드대 교수는 기업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결정은 핵심 고객과 그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맥도날드는 초기에 핵심고객을 부동산 개발업자와 매장 점주로 정했다. 이들의 니즈를 충족하는 데 자원을 집중해 매년 1700여 개의 신규 매장을 열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신규 점포 개설을 통한 성장과 규격화된 제품으로는 더 이상의 발전이 불가능함을 깨달았다. 핵심 고객을 일반 소비자로 바꾸고 지역 특성에 맞는 메뉴와 편의 시설을 마련했다.

미국 최대의 란제리 회사 빅토리아시크릿은 핵심 고객을 통계상의 숫자가 아니라 인격으로 파악한다. 20대 가상의 여성 ‘빅토리아’를 설정하고 매번 빅토리아가 어디서 시간을 보낼까, 이 디자인·색상을 어떻게 생각할까, 무엇을 좋아할까 등을 생각해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한다.

둘째, 특별한 경험을 통해 차별화하고 있는가?

제품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진 것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그래서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순간을 기억하도록 해야 한다. 기대에서 첫 인상으로, 구매와 사용으로, 마지막에는 기억으로 이어지는 고객 경험에서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베인앤컴퍼니의 2006년 조사 결과 기업의 80%는 고객에게 훌륭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고객은 단 8%만이 훌륭한 경험을 했다고 답했다.

왜 이런 엄청난 인식 차이가 발생할까? 기업은 실제로 고객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잘 모른다는 뜻이다.

그래서 ‘고객여정맵(Customer Journey Map)’을 그려봐야 한다. 고객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접하는 순간부터 순차적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축구가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미국에서 프로 축구팀 시애틀사운더스는 ‘축구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하고 차별적인 경험’을 제공해 경기당 평균 4만 명의 관중을 모은다.

고객 이동을 분석해 경기 시작 1시간 전에 경기장에서 2블록 떨어진 공원에서 모여 밴드와 함께 길거리 응원전을 펼치며 경기 시작 30분 전에 경기장에 진입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경기 시작 전에 직접 잔디를 밟으며 선수와 사진을 찍는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현장감이 떨어지는 스카이박스를 경기장 바로 옆으로 옮기고 골 세리머니도 그 앞에 와서 한다. 이 같은 다양한 차별적인 서비스를 통해 경기당 평균 관객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첼시·리버풀을 넘어섰다.

기업혁신 전문가인 브라이언 솔리스는 우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하게 되는 15초 내외의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을 원하는 상품의 검색, 첫 인상을 형성하는 첫 만남, 상품을 사용하면서 오감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순간,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콘텐트를 만들어 활용하는 순간으로 나눴다.

애플은 이 4가지 모두에서 고객에게 풍성한 경험을 줘 ’애플 매니아‘를 만든다. 새로운 제품에 대한 광고부터, 애플스토어의 세심한 제품 전시 방법, 친구 같은 편안한 응대와 고객별 맞춤 서비스, 열어 보는 순간 최고의 경험을 선사하는 패키징, 자판을 입력할 때 느끼는 감촉과 소리 모두가 감동이다. 이러한 경험은 유튜브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유된다.

디즈니 리조트와 테마파크에서는 매직밴드(Magic Band)라는 팔찌 모양의 웨어러블 컴퓨터를 제공한다. 신용카드나 현금 없이 물건을 사고, 여러 놀이기구의 대기시간을 살펴보고, 식당을 예약한다. 고객은 편리하다고 만족하고, 디즈니는 여기서 얻은 데이터를 통해 운영 능률을 높인다. 2014년 디즈니 리조트 내 호텔의 객실 점유율은 89%로 뛰어올랐고, 수익은 20% 증가했다.

셋째, 고객과 좋은 관계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조직 구조를 갖추고 있는가?

고객에게 감동을 주었다면, 이 고객 관계를 지속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조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호텔에 들어온 고객은 안내 데스크 직원의 친절함에 기분이 좋다가도, 객실이 청결하지 못하면 기분이 나빠질 것이다. 데스크 직원은 고객을 직접 접하지만, 청소 직원은 고객을 직접 접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의 경험에 모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고객 접점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청사진(블루프린트)을 활용할 수 있다. 즉 고객과 직접 관련된 업무를 하는 프론트라인과 간접적으로 관련된 업무를 하는 백업라인을 고객 접점 순으로 시각화하는 것이다. 이런 접점을 잘 관리하려면 우선, 고객에게 전달하는 경험에 대해 전 직원이 동일한 수준의 이해를 해야 한다. 거기에 더해 일하는 방식에 대한 지침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지침을 서포트하는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

이 같은 노력이 성과를 내고 지속되도록 하려면, 무엇을 측정하고 관리해야 할지도 알아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은 고객과의 관계를 측정하고 관리하는 지표로 ‘서비스 해지율, 고객 유지율, 시장 점유율’을 본다. 그러나 이는 결과만을 보는 후행지표로 앞으로 관계를 지속할 수 있을지 예측하려면 선행지표를 두고 관리하는 것이 좋다.

페이스북은 고객과의 관계를 무엇으로 측정할까? 페이스북 초기에 성장 부문을 담당했던 차메스 팔리하피티야 부사장은 오로지 ‘신규 사용자에게 10일 내로 친구 7명을 찾아준다’는 한 가지 핵심목표에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많은 분석과 실험 끝에 10일 내에 7명의 친구를 만든 사용자의 잔존율이 그렇지 않은 사용자보다 현격히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애플스토어에서 제품을 구입한 고객은 매장을 떠난 지 몇 분 후에 e메일을 받는다. 얼마나 만족했는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추천을 할 것인지를 측정하는 순수고객추천지수(NPS)를 산정하기 위한 질문들로 구성된다. 2001년 첫 매장을 개장했던 당시부터 지금까지 활용하고 있는 이 지표에서 90% 이상을 받은 최우수 매장의 매출은 일반 매장의 5배에 달한다.

이처럼 고객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장기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심 고객을 잘 이해하고 그 핵심 고객에게 자원을 투여하고 있는지 질문해 봐야 한다. 그리고 고객들이 우리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하는 중요한 순간에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여 감동을 주고 있는지 확인하자. 또한 이런 감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우리 조직 내부의 프로세스가 잘 갖추어져 있는지 점검해 보자.

배보경
IGM세계경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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