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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인기작가] 5. 고미 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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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그림책 작가 고미 타로(五味太郞.58)에게 그림책은 일종의 실험실이다. 산업 디자이너로 일하다 그림책이 좋아 일러스트레이터가 됐다는 그는 2차원 평면 그림으로 읽는 이의 상상력을 얼마 만큼 자극할 수 있는지 도전하는 듯하다.

오리고 가리는 기법을 써서 전체와 부분으로 보이는 그림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주기도 하고, 사물의 형태를 바꾸거나 숨겨서 인간의 고정관념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확인시켜주기도 한다.

유아를 대상으로 한 그의 그림책은 '숨은 그림 찾기'시리즈 같다. 신작 '금붕어가 달아나네'(한림출판사)에서는 빨간 금붕어 한마리가 어항을 벗어나 커텐의 무늬 속, 병 안의 사탕 더미 속, 아이의 알록달록한 장난감 사이를 노닌다. 그렇다고 이 책을 지능 높이는 교육서쯤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가 그림을 숨기는 방식에는 독자의 허를 찌르는 재치와 익살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고깔 모자들 가운데 똬리를 틀고 있는 소프트 아이스크림이 숨어 있고, 악어의 쩍 벌린 입 속에 칫솔이 들어 있는 식('누가 숨겼지?''누가 먹었지?'(비룡소))으로 독자들이 가지고 있던 기존의 가치 체계를 흔들어 보인다. '게임북'(비룡소) 같은 책을 '머리 굳은' 어른이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숨은 그림 찾기류 말고 이야기가 들어 있는 그의 그림책은 또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엄마 맘은 그래도…난 이런 게 좋아''네 맘은 그래도…엄마는 이런 게 좋아'(베틀북)는 아이와 부모가 서로 거의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을 대비해 보여준다. '신기한 텔레비전'(베틀북) 에서는 TV를 통해 아이가 바다 속 물고기도 구경하고, 사자와 코끼리도 만난다. 'TV= 바보상자'라는 고정관념을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없다. 장난감을 어지르고 싶고, 방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싶고, TV에 푹 빠져 여러 동물을 만나고 싶은 게 아이의 솔직한 마음이란 것이다.

에세이집 '어른들 (은,이,의) 문제야'(고려문화사)은 고미 타로의 이런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집단 따돌림 문제, 환경 문제, 교육 방법론 문제들을 다루며, 창의성을 키우자고 역설하면서도 실제로는 아이들을 정형화된 틀 속에 가두려는 어른들의 행태를 꼬집고 있다.

라이프치히 도서전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상'과 일본에서 '산케이 아동 문학상'을 받았던 그에게는 "발랄한 상상력과 깜찍한 반전으로 어린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일관된 색채, 동일한 캐릭터를 사용해 독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고미 타로는 미국.프랑스.독일 등에서도 번역돼 인기가 높다.

그는 다작 작가로도 유명하다. 일본에서 출판된 것만 3백종이 넘는다. 그중에는 1백쇄를 넘어선 스테디셀러도 있다. 그러나 작품 수가 워낙 많다 보니 범작도 다수 섞여 있다는 게 중평이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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