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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선물 준 트럼프, 북핵 해결 시진핑 약속 받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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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트럼프(左), 시진핑(右)

트럼프(左), 시진핑(右)

북한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간 ‘빅딜’의 윤곽이 드러났다. 미국이 무역을 중국에 양보하고 대신 중국에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강력한 압박을 맡기는 것이다. 핵심은 북한 문제 ‘올인’. 베이징 언론에선 “북핵 대처에서 미·중 간 컨센서스가 확대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트럼프, 언론에 미·중회담 내용 소개 #“중국을 환율조작국 지정 않겠다”며 #시 주석 파격적 대북조치 요구한 듯 #13일 통화서도 군사옵션 흘려 압박 #“중국이 취할 조치들 어떤 건지 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지난주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나눈 북한 관련 대화를 상세히 소개했다.

“나도 지금 같은 (대중국) 무역적자가 계속되길 원치 않는다. 그러나 당신은 무역에서 훌륭한 딜(deal·거래)을 원하지? 그럼, 북한 문제를 해결하라. 북한 문제만 풀어 주면 (미국은) 무역적자를 감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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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시 주석에게 이번 주 나올 재무부 보고서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선물’도 내놓았다. ‘왜 핵심 공약(무역적자 해소,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을 철회했느냐’는 WSJ의 질문에 대한 트럼프의 답은 이랬다.

“중국이 수개월간 환율 조작을 하지 않았다. 지금 환율조작국 지정을 하면 북한 위협과 관련한 대화가 위태로워진다. 북한 문제 협력에 집중하는 게 (공약 지키기보다) 더 중요하다.”

트럼프가 무역적자 감수라는 ‘통 큰 양보’를 했다면 그만큼의 화끈한 파격조치를 중국에 요구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시 주석이 13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한 시간 넘는 ‘전화회담’을 한 것도 그 일환이다. 트럼프는 이날 “(향후 이뤄질) 많은 조치에 어떤 것이 있는지 난 안다”고 했다. 시 주석이 이미 여러 조치를 귀띔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는 전화통화 내용도 공개했다. “‘당신(시 주석)은 그런 나라(북한)에 핵이나 핵무기를 갖도록 허락해선 안 된다. 칼빈슨함이 한반도로 이동한 건 북한의 추가 행동을 막기 위한 것이다. 당신이 김정은에게 ‘미국은 항공모함뿐 아니라 핵잠수함도 가지고 있다’는 걸 알려라.” ‘군사옵션’도 여전히 살아 있는 카드임을 내비치며 빠른 조치를 압박한 셈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3일 외교 소식통을 인용, “시 주석은 (이미) 지난 정상회담에서 북한 제재와 관련, 모든 정세를 봐서 진지하게 고려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정상회담 후 중국 매체와 학계 변화도 감지된다. 전날 대북 석유 수출 중단을 시사한 환구시보는 13일 사설에서 “베이징은 평양의 계속된 핵활동에 더는 참을 수 없고, 이에 대한 미·중 간 컨센서스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펑(朱鋒) 난징(南京)대 국제관계학원장은 지난 9일 중국·세계화센터(CCG) 주최 국제포럼에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줄 때”라며 “남은 건 중국이 미친 듯 핵·미사일을 추구하는 나라(북한)에 맞설지 결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향후 관건은 중국이 실제 실효적인 대북 압박조치를 언제, 어느 수위로 할 것인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이 북한 문제에 대해 우리를 돕고 싶어 한다고 본다. 그는 옳은 일(right thing)을 하고 싶어 한다. 어제오늘 북한의 석탄을 싣고 온 수많은 배가 중국이 거부해 (북한으로) 돌아갔다. 이건 큰 움직임(step)”이라고 치켜세웠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는 시점에 중국이 취할 조치로 ▶대북 원유 공급망 차단 ▶자체적인 세컨더리 보이콧에 준하는 대북제재 실시 ▶중국 내 북한 노동자 고용 금지 등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중국이 시간을 끌거나 트럼프의 기대에 못 미치는 카드로 대응할 경우 대북 해법은 꼬일 공산이 크다. 또 북한이 미·중의 공동 작전에 개의치 않고 핵 질주를 계속할 경우 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워싱턴=김현기,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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