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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리셋 코리아

군 PX·취사 등은 민간 아웃소싱, 전투 임무에 집중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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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철재 기자 중앙일보 국방선임기자 겸 군사안보연구소장
김민석
김민석 기자 중앙일보 전문기자
박용한
박용한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인구절벽 대비한 병역 플랜 만들자 

충남 논산 훈련소에서 훈련병들이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충남 논산 훈련소에서 훈련병들이 수류탄 투척 훈련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현재 21개월인 군 복무기간을 단축할 필요가 없다.”(이병), “19개월로 줄여야 한다.”(일병) “사병 월급은 지금 받는 16만원이 괜찮다.”(이병), “5만∼10만원 더 오르면 좋겠다.”(일병), “최저임금 수준인 월 130만원 정도 받아야 한다.”(상병)

리셋 코리아 국방분과 제안 #병력 감소 대비, 후방 비전투분야 외주 #미군엔 취사·당번·공관병 거의 없어 #21개월 복무 더 줄이면 전투력 저하 #병역제도, 포퓰리즘에 이용 말아야 #모병제는 남북 대치상황서 부적절

서울역 인근에서 현역병들을 대상으로 복무기간과 월급에 관해 물어봤다. 복무기간은 현재 수준이 적절하다고 답하는 병사들과 17∼19개월이 좋겠다는 입장이 비슷했다. 병사 월급은 현재의 16만∼22만원에 만족한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최저임금 수준을 요구하는 답변도 있었다.

북한의 위협이 갈수록 커지고 중국과 일본은 군사력 팽창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군은 인구절벽 현상으로 2025년 이후에는 병력 48만 명을 유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군 복무기간 단축론은 대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했다. 모병제도 공약으로 나왔다.

자료:국방부·국회 미래안보포럼 발표 자료(한국국방연구원 조관호 박사)

자료:국방부·국회 미래안보포럼 발표 자료(한국국방연구원 조관호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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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JTBC의 국가 개혁 프로젝트 ‘리셋 코리아’ 국방분과(분과장 정승조 전 합참의장) 위원들은 “병역제도를 선거 때마다 인기몰이를 위해 포퓰리즘식으로 거론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10∼15년 뒤를 내다보는 대안을 제시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현역병 복무기간처럼 안보적으로 중요한 사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자료:국방부·국회 미래안보포럼 발표 자료(한국국방연구원 조관호 박사)

자료:국방부·국회 미래안보포럼 발표 자료(한국국방연구원 조관호 박사)

먼저 복무기간을 21개월에서 더 줄이면 전투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병기(전 청와대 국방비서관) 위원은 “한국은 산악·하천·도시에 4계절까지 있어 병사들이 전술을 숙련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 현행 21개월을 더 줄이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북한군 병사는 복무기간이 10년이어서 경험이 많다는 것이다.

자료:국방부·국회 미래안보포럼 발표 자료(한국국방연구원 조관호 박사)

자료:국방부·국회 미래안보포럼 발표 자료(한국국방연구원 조관호 박사)

한국군의 무기가 우수하지만 병력이 더 줄면 2배 이상인 북한군에 대처하는 데 부담이 커진다는 판단이다. 현재 한국군은 62만5000명이지만 북한군은 128만 명이다. 국방개혁 목표로 최소 병력을 52만2000명으로 설정했지만 복무기간 단축(24개월→21개월)과 인구 감소로 이마저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군 구조가 근본적으로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민간 아웃소싱하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이에 따라 국방분과에서는 앞으로 축소될 병력구조를 감안해 전투병력을 최대한 보전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1차적으로 현역병은 전투 임무에 최대한 투입하고, 후방부대 비전투분야는 과감하게 민간에 아웃소싱하자는 것이다. 그 방안으로 군 부대의 식당은 민간에게 맡겨도 된다는 생각이다. 그럴 경우 취사병과 부사관 등의 소요가 크게 준다. 부식 차량과 식당 유지비·관리비 등을 고려하면 아웃소싱을 하더라도 비용에 큰 차이가 없다는 계산이다.

또 영내 청소와 군마트(PX), 부대 경계까지 민간에 용역을 줄 필요가 있다. 미국 국방부가 있는 펜타곤이나 일본의 방위성은 민간 청원경찰이 경계를 맡고 있지만 한국 국방부는 현역이 경계한다. 이라크 자이툰부대 사단장을 지낸 정 분과장은 “이라크에 주둔한 미군들은 부대 호송까지도 민간인에게 용역을 맡기는 것을 보았다”고 말했다. 미군에는 운전병·취사병·당번병·공관병·경비병 등이 거의 없다.

민간 아웃소싱을 확대하면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를 살리는 효과도 있다. 군과 지역주민 모두 윈윈(win-win)인 셈이다. 민간 아웃소싱을 확대하려면 비전투분야에 근무하는 현역 군인들의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해 군대를 확 바꾸자는 제안도 나왔다. 군내의 많은 업무를 자동화·무인화하자는 것이다. 경계 로봇과 드론을 활용하면 야간이나 혹한기에도 더 꼼꼼하게 경계·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인식표(군번줄)에 병사들의 혈액형 등 개인 기록을 입력해 두었다가 필요시 원격 진료로 해결할 수 있다.

의경·소방 등 전환복무제 최소화 필요

모병제는 남북이 분단돼 있고 북한과 대치 중인 상황에서는 부적절하다는 게 국방분과 전체 의견이다. 모병제를 실시하면 병력의 질은 떨어지고 예산은 더 들어간다는 것이다. 정 분과장은 “현실적인 위협을 맞대고 있는 나라가 모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모병제는 독일처럼 통일한 뒤에나 검토할 수 있다고 매듭지었다.

병력을 더 확보하는 방안으로 전환복무제를 최소화하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지난해 의경과 소방 등 전환복무 인원은 1만6700명이다. 연 2만∼3만 명 수준인 청년 빈곤층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이들은 아르바이트 등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경제적 취약계층으로 현재는 군복무 면제 대상이다. 그러나 병무청은 부족한 병력 수급을 위해 이들을 군에 보내는 대신 가족을 위해 생활안정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여군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여군을 더 늘리기 위해선 보직 등 인사 관리를 개선해야 한다.

군 복무를 장려하기 위해 군인에 대한 사회적 예우를 잘해 줘야 한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현역병 예우 차원에서 봉급을 더 인상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에는 세금 등 추가적 부담을 부과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특별취재팀=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이철재 기자,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인철 인턴기자 kimseo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