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권혁재사진전문기자의네모세상] 평창 기화천의 새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6면

펄펄 끓는 무쇠 솥에서 김 나듯 졸졸 흐르는 개천에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강바닥에 듬성듬성 박혀 있는 강돌은 막 익은 고구마처럼 안개 속에서 거뭇거뭇 모습을 드러내고 밤새 언 깃을 녹이려는 듯 산새는 강바닥을 스치며 비행한다. 굽이쳐 흐르는 강줄기가 온천인 양 김을 토해 놓으니 보이는 것 모두 신기루처럼 아른거린다. 평창땅 미탄면 기화리를 가로질러 동강으로 흘러가는 기화천의 새벽은 언제나 물안개로 시작된다. 미탄면 창리에서 동강 진탄나루까지 8km 남짓 구간, 들머리는 물이 아예 없는 건천이지만 신기하게도 기화리 입구에서 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석회암 지대라 땅속으로 스며든 물줄기가 기화천에서 다시 땅 위로 흐르며 비로소 제 모습을 찾은 게다. 이른바 상대적으로 따뜻한 용천수가 찬 공기와 만나게 되니 자연히 안개가 피게 마련이다.

"새벽이면 항상 이렇더래요. 어떤 날은 나무며 갈대며 강 주변의 모든 것이 온통 하얗게 변하더래요. 날씨가 추워지면 온통 눈꽃 세상이래요." 강변 송어 양식장 주인의 귀띔인데 필시 상고대가 피어나는 풍경을 이르는 말일 테다. 언제나 물안개가 피어나고 운이 좋으면 서리꽃 만들어지는 자연의 신비가 눈앞에 펼쳐지는 기화천의 여행은 추운 날을 택하는 게 좋을 듯하다.

디지털카메라의 화이트 밸런스를 흐린 날 모드(cloudy)로 정해주면 해뜰 녘과 해질 녘의 붉은 빛이 한층 강조된다. 구체적인 색 표현을 원한다면 캘빈도를 직접 지정해 촬영하면 된다. 수치가 높을수록 색감은 붉게 표현되고 낮을수록 푸른색으로 표현된다.

< Canon EOS-1Ds MarkII 70-200mm f11 1/250초 Iso 100 >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