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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공부하는 장애인 친구 본 뒤 점자 스마트시계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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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문과 출신인 김주윤 대표는 전공은 창업을 하는데 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사진 닷]

문과 출신인 김주윤 대표는 전공은 창업을 하는데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사진 닷]

“창업을 배우려면 미국으로 가라”

닷(DOT) 김주윤 대표 #세계 첫 개발, 일본 콘테스트서 우승 #고교 졸업 후 실리콘밸리서 창업 #“차별 이긴 손정의 대표가 롤모델”

‘세계 최초 점자 스마트 시계’를 만드는 닷(DOT)의 김주윤(27) 대표를 고등학교 졸업 후 미국으로 가게 한 아버지의 조언이다.

김 대표는 시력이 좋은 편이다. 예를 들어 뜨거운 라면을 먹을 때 안경에 김이 서리는 사람의 감정을 이해 못 한다. 시각 장애인이 겪는 경험은 더욱 이해 못 한다. 거기다 김 대표는 문과 출신이라 코딩도 몰랐다. 그런 그가 어쩌다 시각장애인용 점자 스마트 시계를 구상했을까.

김 대표는 미국 유학 중 시각장애인인 친구가 다른 책보다 2배 이상 큰 점자책으로 힘들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점자 스마트 시계’를 구상했다.

창업하면서 실패도 많았지만, 김 대표는 마침내 지난 3월 29~30일 일본 도쿄서 열린 ‘슬러시 도쿄(SLUSH Tokyo) 2017’ 피칭 콘테스트에서 ‘세계 최초 점자 스마트 시계’로 최종 우승해 상금 1억 원을 받았다. ‘슬러시 도쿄’는 세계 최대 규모와 인지도를 가진 핀란드의 기술 기반 스타트업 콘퍼런스 ‘슬러시’를 모태로 했다.

이 같은 결과는 거저 나오지 않았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유학생 구직을 돕는 사이트를 만들기도 했고, 쓰지 않는 개인 트럭을 다른 고객이 이용할 수 있게끔 연결해주는 트럭 공유 서비스 ‘왜건’으로 창업 역량을 쌓았다. 꾸준한 도전이 현재의 김 대표를 만든 셈이다.

문과 출신인 김주윤 대표는 전공은 창업을 하는데 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사진 닷]

문과 출신인 김주윤 대표는 전공은 창업을 하는데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사진 닷]

김 대표의 롤모델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다. 김 대표는 “손정의 대표도 젊은 나이에 창업을 시작했고 재일교포로 차별을 받았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성공해 존경한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창업 시 생기는 자본·인재 문제에 대해 “창업은 설득의 과정이고 왜 하는지를 다른 이에게 설득하지 못하면 실패한다”라며 “명분이 있으면 문제는 저절로 해결된다”라고 말했다.

날고 기는 창업가가 넘친다는 실리콘밸리서 창업을 시작한 김 대표는 “한국의 창업 난이도는 상·중·하 중에 ‘하’다. 시작하면 정부서 많은 지원을 해준다”라며 “실리콘밸리에선 투자자들이 아이템을 잘 봐주지도 않고 눈에 띄기도 전에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문과 출신인 김 대표는 전공은 창업 시 큰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학창 시절 이과 학생은 마케팅·발표에, 문과 학생은 공학 지식에 시간을 투자하면 좋을 것”이라 조언했다.

김 대표는 창업을 ‘중간에 죽으면 처음부터 플레이해야 하는 하드코어 모드 게임’에 비유했다. 창업에 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현실을 빚댄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미래 창업가를 위한 단어로 ‘죽음’을 택했다. 김 대표는 “당장 내일 죽어도 괜찮을 법한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라며 “사실 돈을 좇으면 결국 허무하다. 가치 있는 일을 찾으면 옳은 방향으로 저절로 가게 될 것”이라고 미래 창업가에게 조언을 남겼다.

안별 기자 ahn.bye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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