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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러시아행, 시리아 갈등 풀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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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과 이를 응징하기 위한 미국의 시리아 공습으로 갈등을 빚어온 미·러 관계가 이번 주 분수령을 맞는다. 렉스 틸러슨(사진) 미 국무장관이 10~11일 이탈리아 루카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무장관회의에 이어 11일부터 이틀간 러시아를 방문한다.

G7 외무장관회의 이어 방문 #미·러, 러·시리아 관계 분수령 #“미군 공습, 협상력 키워”시각도

틸러슨 장관의 행보는 향후 미·러 관계는 물론, 러시아와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 관계의 향방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미 고위 관리들은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권을 비호하는 러시아를 맹비난했다. 트럼프 정권 초기 예상됐던 양국 간 밀월의 싹이 잘려나갔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 대사는 NBC방송에서 시리아 공군기지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공격이 아사드 정권은 물론이고 러시아에 대해서도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헤일리 대사는 “우리는 이 정권을 더는 막아주지 못하게 할 것이며, 무고한 사람들이 같은 일(화학무기 공격)을 당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점을 러시아에 알리려 했다”고 강조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에 대한 군사 작전과 함께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위한 정치적 활동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이 과정에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틸러슨 장관은 ABC방송에 출연해 시리아가 2013년 화학무기 협약에 가입하고도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뒤에서 받쳐주는 러시아의 무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최대의 실패는 러시아와 아사드 정권이 약속했던 화학무기 폐기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틸러슨은 아사드 정권의 전복이 목표인지에 대한 질문엔 “독재 정권을 무너뜨린 뒤 혼란이 지속되는 리비아 상황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최우선 과제는 IS를 축출하는 것”이라면서도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과의 관계를 재검토할 것을 기대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틸러슨 장관이 러시아가 시리아 정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할 경우 G8에 복귀시켜주겠다는 메시지를 갖고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미 측의 공세에 강력 반발했다. 시리아군이 화학무기를 갖고 있지 않으며, 미국이 시리아를 공격한 것은 주권국에 대한 침략이란 입장을 고수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행동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이란, 시아파 민병대 등이 참여한 공동 지휘센터는 “미국의 추가 공격이 있을 경우 다양한 방식의 무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러 관계의 분기점이 될 틸러슨의 방러를 앞두고 열리는 G7 외무장관회의에서도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과 미국의 응징 공격이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프랑스·영국·일본·이탈리아·캐나다가 참여한다. 안젤리노 알파노 이탈리아 외교장관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해 가능한 빨리 공식 선거를 통해 정권이 교체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최근 시리아 사태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번 주로 예정됐던 러시아 방문을 취소했다. 또 존슨 장관은 G7 외무장관회의에서 러시아에 ‘징벌적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요구할 것이라고 더타임스는 10일 전했다. 이에 대해 주영 러시아대사관은 공식 트위터에 “존슨은 스스로 영향력을 축소하고 말았다”며 서방 국가들의 러시아에 대한 잘못된 대응은 전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시리아 폭격으로 과거 오바마 정부와 달리 미국의 군사적 실력이 확인된 만큼 미·러 간 협상에 오히려 지렛대가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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