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교협 "'금수저' 많은 전형은 논술과 정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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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진선여고에서 열린 한 입시업체의 대입 설명회에 학부모 3000명이 몰렸다. 대선이 당겨짐에 따라 입시가 또다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고1, 2 수험생 학부모들도 많이 참가했다. [중앙포토]

지난달 서울 진선여고에서 열린 한 입시업체의 대입 설명회에 학부모 3000명이 몰렸다. 대선이 당겨짐에 따라 입시가 또다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고1, 2 수험생 학부모들도 많이 참가했다. [중앙포토]

 대학 입시에서 학생부 위주의 수시 전형이 수능 중심인 정시에 비해 저소득층에 유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금수저 전형’이란 비판을 받아온 학생부 종합전형이 실제론 수능보다 입학자 중 저소득층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전국 4년제 대학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최근 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 등 전국 54개 대학의 2015~2016년 입학생 24만2790명을 전수 조사했다. 학생부 ·수능 등 입학 전형에 따라 가정의 소득 수준, 출신 고교, 학업 성취도 등을 살피기 위해서다.

각 전형별 입학자 중 소득분위 4분위 이내(총 10분위) 학생 비율. 자료=대교협

각 전형별 입학자 중 소득분위 4분위 이내(총 10분위) 학생 비율. 자료=대교협

이 결과는 오는 12일 대교협과 김세연 바른정당 의원이 공동 주최하는 심포지엄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본지가 이에 앞서 단독 확보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각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 중 국가장학금을 받는 학생 비율은 학생부 교과전형(입학자의 48.8%), 학생부 종합전형(45.3%), 수능 위주 정시(35.2%), 논술 전형(34.2%) 등의 순이었다. 국가장학금 1유형은 학생 소득 수준에 따라 지급되는데, 소득 구간(총 10분위) 가운데 9ㆍ10분위인 고소득층은 받을 수 없다. 즉, 학생부 교과전형과 종합전형을 통해 합격한 학생들이 국가장학금을 받는 비율이 높다는 건  고소득층 비율이 논술 전형과 수능으로 합격한 학생 보다 적다는 의미가 된다.

 세부적인 소득 분위를 살펴보면 학생부 중심 전형에 저소득층이 많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가정 소득과 재산을 합쳐 환산한 월 소득 인정액이 491만원(2017년 기준) 이하인 4분위 이하 학생이 학생부교과전형(34%)과 학생부종합전형(31.3%)에선 높게 나타난 반면 정시(수능, 23%), 논술(20.2%)에선 낮았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 자녀의 비율도 정시(1.7%)나 논술(0.4%)에 비해 학생부 종합전형(4.3%)이 많았다. 보고서를 발표할 강기수 동아대 교수(입학처장)는 “경제 여건이 취약한 학생들이 학생부 중심 전형으로 진학하는 비율이 높았다"며 "학생부 위주의 전형이 저소득층에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교협, 12일 국회 토론회서 54개 대학 분석결과 공개예정 #고소득층 자녀는 논술>수능>학생부교과>학종 순 #저소측층은 학종>학생부교과>수능>논술 순으로 많아 #진학교사들 "사교육 영향 논술, 수능이 많이 받아"

 읍ㆍ면 지역의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주요 통로가 학생부 중심 전형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대교협이 출신 고교 지역으로 분석한 결과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진학한 학생의 10.6%가 읍ㆍ면 지역 출신이었다. 정시와 논술은 각각 5.1%, 2.8%에 그쳤다. 반면 서울 출신 학생은 학생부종합전형(16.9%) 보다 정시(21.8%), 논술(33.4%)의 비중이 많았다. 

 고교 진학교사들도 학생부 중심 전형보다 정시나 논술이 사교육·가정 형편의 영향에 영향을 더 받는 다고 말한다. 고교 교사 4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응답자 93.8%가 논술 전형이 '사교육의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이어 실기 전형(93.5%), 수능(74.5%),수능(74.5%), 학생부 교과(47.4%), 학생부 종합전형(38.2%) 순이었다. ‘가정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응답도 논술(93.8%)과 정시(72.5%)가 높은 반면 학생부종합전형(55.4%)은 낮았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김철수 서울고 교사(입시전략팀장)는 “수능과 논술은 학원을 다니면서 '투자'한 만큼 성적을 얻을 수 있지만 학종은 학교 생활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에 학원을 많이 다닌다고 유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가정 형편은 유복하지 않았으나 서울대에 진학한 제자를 예로 들었다. 그는 "해당 학생은 학원에 다니지 못한 대신 교사들에게 질문을 많이 하던 아이인데, 수업에 열중하다 보니 학생부에 기록할 게 많았다. 수능 성적 만으로는 서울대 진학이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학생부 종합전형을 통해 합격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인천 광성고(일반고)의 송선용 진로부장은 "우리 학교의 경우 학생 90% 이상이 학생부 전형으로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했는데, 만약 학생부 전형이 없고 수능 만으로 뽑는다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합격자는 '0'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생부 전형의 장점은 형편이 어려워 사교육을 못 받는 학생도 수업을 충실히 듣고 동아리 활동을 하면 명문대에 진학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대교협은 이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에 "학생부종합전형에 대해 잘못 이해하는 고교, 대학이 없도록 지도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다. 아울러 학생의 부담을 높이는 소논문·자격증 등을 입학 전형에서 배제하고 학생부종합전형, 수능 등 각 전형의 비율을 적절히 유지할 것을 제안키로 했다. 

 남윤서ㆍ전민희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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