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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를 움직이는 쿠슈너, 쿠슈너 뒤에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권력 암투가 벌어지는 곳에 항상 그가 있었다는 뉴스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 오히려 처음부터 막강한 권력을 지녔는데 그 실체가 이제 겨우 드러나고 있다고 보는 게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 28살 청년 에이비 버코위츠를 '쿠슈너 오른팔'로 지목 #정통 유대교 집안에서 자라 쿠슈너와 많은 교감 #하버드법대 나와 트럼프 대선캠프에서 맹활약, 함께 백악관행 #러시아 대사와 미팅도 합석하면서 실세라는 분석에 비중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의 백악관 입성을 막은 것도,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에서 내보낸 것도 사실상 쿠슈너가 뒤에서 대통령을 움직였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는 근거다.

그렇다면 쿠슈너를 움직이는 ‘머리’는 누구일까. 쿠슈너를 예전부터 알고지내던 월스트리트 인사들은 “쿠슈너는 혼자서 정국을 주도할 정도의 그릇을 소유한 인물이 절대 아니다”면서 “분명히 지근거리에서 쿠슈너를 챙겨주는 ‘책사’가 있을 것”이라고 일관되게 말했다. 미국의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백악관 웨스트윙에서 쿠슈너를 보좌하고 있는 에이비 버코위츠(28)를 ‘쿠슈너의 오른팔’이라고 지명했다.

뉴욕 롱아일랜드의 독실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버코위츠가 쿠슈너를 처음 만난 건 약 5년전 퀸즈 칼리지에 다니던 시절 농구를 통해서다. 이스라엘에 기부를 많이 해온 부동산개발회사의 후계자인 쿠슈너 역시 고교시절부터 농구광이었다. ‘똘똘한’ 버코위츠를 한눈에 알아본 쿠슈너는 버코위츠를 옆에 끼고 다니면서 ‘윈-윈’ 체제를 갖췄다. 쿠슈너는 그를 하버드법대 입학을 챙겨줬고, 버코위츠는 쿠슈너에게 충성을 다했다. 버코위츠는 지난해 하버드대 졸업이후 쿠슈너의 부동산 회사에서, 그리고 트럼프 대선캠프에서 함께 일하다 현재 백악관 웨스트윙에 입성한 상태다.

하버드법대 재학시절 룸메이트들은 그의 정치색에 대해 ‘이것도 아닌, 저것도 아닌 무색무취’였다고 말했다. 법대내 어떤 동아리에도 가입하지 않은 채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특이한 점은 자유시간에 학부생을 대상으로 하는 ‘백악관으로 가는 길’이라는 과목의 조교로 활동했다.

역시 쿠슈너의 요청으로 합류한 트럼프 대선캠프에서는 ‘트럼프 타워 라이브’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페이스북에 띄우는 역할을 맡아 트럼프 당시 대선후보로부터 눈도장을 확실히 챙겼다. “젊은 사람들은 CNN을 보지 않는다”면서 우편향 위주의 이슈를 선별해 보수적인 젊은 유권자의 입맛에 가공하면서 젊은 보수층을 상당 부분 끌어안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버코위츠는 쿠슈너와 마찬가지로 이스라엘과 끈끈하게 연결돼있다. 고교 졸업직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2년동안 유대교리를 공부할 정도였다. 그런 점에서 웨스트뱅크나 팔레스타인 관련 정책에서 이스라엘 정부의 편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미국 내 정통유대인 협회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만남 이후 민주당을 믿지못하겠다며 대선 때 트럼프에 몰표를 던지기도 했다.

버코위츠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쿠슈너가 지난해 12월 세르게이 키슬략 러시아 대사와 만나는 자리에 버코위츠도 함께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 버코위츠는 러시아 정부 소유 은행장인 세르게이 고르코프와 미팅을 주선하기 위해 키슬략을 따로 만나기도 했다. 이 은행은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제재대상에 포함한 은행이라 논란이 끊이지 않고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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