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도의 '정글북' 소녀는 버려진 딸이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원숭이가 기른 '모글리 소녀'라며 화제가 된 인도의 어린이. 사실은 장애 때문에 숲에 버려진 것으로 보인다.

원숭이가 기른 '모글리 소녀'라며 화제가 된 인도의 어린이. 사실은 장애 때문에 숲에 버려진 것으로 보인다.

 『정글북』의 '모글리'처럼 원숭이들과 생활하던 어린 소녀가 인도에서 발견됐다고 지난 7일 AP통신 등 외신들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녀는 올해 1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 바흐라이치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원숭이 무리와 함께 발견돼 경찰이 구조해 그 지역 병원에서 치료중이라는 것이었다. 10~12세로 추정되는 소녀는 발견당시 알몸이었고, 동물처럼 두 손과 두 발로 걸어다녔다고 한다. 떨어진 음식을 입으로 주워먹는 등 사람처럼 행동하는 법을 잊은 듯 보였다.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발견된 인도 소녀 #"원숭이와 함께 자랐다" 화제 됐지만 #알고 보니 장애가 있어 가족이 버린 딸

하지만 가디언은 "소녀를 접촉한 의사와 담당자의 공식적인 증언에 따르면 실제로는 더 어두운 이야기"라고 보도했다. 소녀에게 정신·신체 장애가 있어 야생에 버려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소녀가 발견된 곳 역시 깊은 숲 속이 아니라 숲에서 도로와 가까운 지역이었다. 맨 처음 소녀를 발견한 산림순찰대원은 "처음 봤을 땐 8~9세 정도로 보였다. 아마 소녀가 말도 못하고 해서 가족들이 버린 것 같다. 소녀는 원숭이들과 함께 살고 있지 않았다. 설령 살았다 할 지라도 며칠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숲에는 CCTV도 많고, 산림감시원도 많기 때문에 그들의 눈을 피해 수년을 산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한편 담당 의료진은 "소녀가 언제 버려졌는지 정확하진 않다. 인도에서는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여자 아이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바흐라이치 지역의 보건당국 책임자 역시 "소녀의 장애에 대해서는 계속 조사중이지만, 숲에서 길러진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발견 당시 소녀는 폭력적으로 행동했고, 화장실을 사용하는 법도 몰랐고, 대화도 불가능했다. 때때로 네 발로 걷기도 하지만 지금은 두 발로 잘 걷는다. 따라서 숲에서 자랐다고 보기 어렵다."

소녀들의 복지를 위한 운동을 펼치는 대표적인 활동가 란자나 쿠마리는 "진실은 소녀의 가족이 그녀를 돌보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인도의 출생 성비는, 시골일 경우 더욱 심각한 불균형이다.

"어떤 가족들은 아들이 딸 보다 더 값지다고 생각한다. 아픈 딸을 키우느라 돈을 쓰느니 그냥 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는 사회의 책임도 크다. 인도에서는 장애 아동의 가족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다."

인도 '모글리 소녀'의 최근 모습. [타임즈 오브 인디아 캡처]

인도 '모글리 소녀'의 최근 모습. [타임즈 오브 인디아 캡처]

'타임즈 오브 인디아'는 정글 소녀가 럭나우의 보호가정으로 옮겨갔고, '에사스(Ehsaas)'라는 새 이름도 얻었다고 9일 보도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