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신탁통치 구도’, 다시 짜여지는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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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규 아주대 교수, “사드 보복 조치를 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대단히 화가 나 있다는 말이 돌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군부 권력투쟁의 소산이다’, ‘선전부의 과도한 입장이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 탓이다’ 등 시진핑 주석의 부담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출구 전략에 명분이 필요하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VS

주장환 한신대 교수, “한국 정부가 중국 정부에 명분을 줘야 한다는 게 말이 안 됩니다. 출발부터 잘못됐죠. 사드 배치는 엄연히 핵 개발에 나선 대북 전략용입니다. 사드 배치로 대중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것은 마치 ‘달이 있는데 달을 가리키는 손에 집중하는 꼴’이죠. 이게 단지 사드 때문이겠습니까? 명목만 바뀔 뿐 앞으로 중국의 패권주의는 더 거세질 겁니다.”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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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이하 사드) 배치 논란은 여전하다. 찬반 논란에선 한 발 나아갔지만,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한중 관계를 풀어가는 방법에는 이견이 있었다. 지난 4일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사드(THAAD) 문제와 한중 외교 및 경제관계’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아시아개발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 역임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은 이번 토론은 사드 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난 한중 외교·경제적 갈등 상황을 제대로 보고, 풀 방법을 고민해보자는 자리였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주관, #2차 사드 라운드 토크, #‘중국 달래기냐’ vs ‘한미동맹이냐’ #사드 배치 둘러싼 논쟁, #찬반보다 배치 이후가 더 문제 #차기 정부, 새로운 묘안 없으면 #美·中, ‘코리아 패싱(한국 건너뛰기)’할 수도

발제자로 나선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중국이 보내는 여러 가지 신호에 주목했다. 실제 사드 문제에 대해서 ‘절대 불가론’을 외치던 중국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롯데에 가한 보복 조치가 보도된 가운데 지난 3월 15일 중국 ‘소비자의 날’에 발표된 문제 기업에 한국 기업은 빠졌다.

북한이 3월 6일 오전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 주한미군이 C-17 수송기에 싣고 온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인터셉터 미사일 발사대 2대 등을 오산 공군기지에 내리고 있다. [사진 주한미군]

북한이 3월 6일 오전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 주한미군이 C-17 수송기에 싣고 온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인터셉터 미사일 발사대 2대 등을 오산 공군기지에 내리고 있다. [사진 주한미군]

김흥규 교수, “중국 출구전략 신호 내고 있어”주장환 교수, “더 이상 중국에 끌려다닐 수 없어”
중국 고위급 인사의 방한도 예정돼 있다. 4월 10일 중국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한국에서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의 만남도 가질 예정이다. 외교부는 “우다웨이 대표의 방한 취지를 미·중 정상회담 결과에 따른 중국 대북 정책 방향을 설명하고, 한·중 간의 공조방안에 대해서 논의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월 중국 관영지인 인민일보가 중국과 한국의 준(準) 단교 가능성을 거론했던 때와 크게 달라진 셈이다. 김 교수는 “중국 측에서 시진핑이 주도하는 사드 보복이 아니라는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며 “통제 사회인 중국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했다.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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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장환 한신대 교수 입장은 달랐다. 그는 “중국이 출구전략을 고민한다면 한국 정부가 굳이 명분을 줄 필요가 없다”며 “중국은 이미 동북아 패권 국가로 올라섰고, 한국 정부의 외교적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은 앞으로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사드 배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축은 ‘한미 동맹’이 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 경제적 타격은 불가피

단계 강화, 장기화되면 2·3차 손실 입어

중국과 꼬인 관계를 풀어가기엔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였다. 물론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했다. 한국이 입을 경제적 타격도 주요 이슈였다. 만약 한국에 일본 센카쿠 갈등 시와 유사한 4단계 제재가 수 개월간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전자·자동차·화학·관광·항공·해운·호텔 등 관련 산업의 생산이 크게 줄 겁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둔화도 불가피하죠. 중소 협력업체와 소상공인 등 2차 3차 피해까지 고려하면 상당한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지난 4일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사드(THAAD) 문제와 한중 외교 및 경제관계’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차이나랩]

지난 4일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사드(THAAD) 문제와 한중 외교 및 경제관계’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 차이나랩]

실제 지난해 대중 수출은 1453억 달러로 2015년보다 116억 달러, 약 8%가 줄었다. 중국인 관광객도 10% 줄면서 이들이 한국에서 지출했던 1조5700억원 정도의 관광 수입도 사라졌다. 경제제재, 이보다 심해질까. 김 연구위원은 “현재 중국 경제 보복 조치는 총 7단계 중 3단계 수준”이라며 “중국이 글로벌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국제적인 평판에도 상당히 신경 쓰고 있어 보복조치가 4단계 이상으로 급진전될 가능성은 적다”고 주장했다.  

국제적 평판에 신경 쓰는 중국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 때도
특정 국가 명시 안 해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센카쿠 사례를 들며 거들었다. “2010년 9월 중국은 일본과 영유권 분쟁지역인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일본 순시선과 중국 어선의 충돌이 있었다”며 “당시 중국이 일본을 압박하기 위해 일본에 희토류 수출 중단을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중국이 수출 금지 조치 발표에 때 특정 국가를 명시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당시에도 중국은 국제적인 평판에 신경을 썼다는 뜻이다.  

센카쿠 열도 [사진 중앙포토]

센카쿠 열도 [사진 중앙포토]

한국이 부딪힌 냉혹한 외교 현실사드發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토론은 미·중간 패권 경쟁에 대한 얘기로 이어졌다. 이정남 고려대 교수는 “미·중 정상이 사드 문제를 깊게 논의한 것으로 안다”며 “더는 남북 간의 안보 이슈의 핵이 아닌 미·중간 동북아 패권 전략의 상징적인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사회를 맡은 이 교수도 이 점에 공감했다.

그는 “‘위대한 중화민국의 부흥’이라는 ‘중국의 꿈’을 이루려는 시진핑과 ‘위대한 미국의 재건’하려는 트럼프가 정치·외교·경제의 정면충돌을 피할 수 없다”며 “문제는 이 소용돌이 한가운데 한국의 사드 배치 문제가 걸려 있다는 사실”이라고 방점을 찍었다.

토론 막바지,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이번 사드 사태를 한발 뒤로 물러나서 볼 것을 조언했다.

김흥규 아주대학교 교수 [사진 차이나랩]

김흥규 아주대학교 교수 [사진 차이나랩]

미국의 사드 한 대는 이미 한반도에 던져졌습니다. 한국은 대선 정국에 휩싸여 분명한 입장도 없죠. 미국과 중국은 우리를 기다려줄 리 없습니다. 여차하면 미국과 중국 둘이서 한국 문제를 결정해버리는 ‘신(新) 신탁통치’ 시대를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일명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한국 건너뛰기)을 걱정할 때란 얘기죠. 


차이나랩 김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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