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과의 관계에서 대단한 진전 이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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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놓고 “우리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대단한 진전을 이뤘다”며 “진짜 진전이 이뤄졌다고 본다”고 취재진에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함께 취재진을 만나 “잠재적으로 나빠질 수 있는 많은 문제들이 사라질 것”이라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폭격에 이어 북한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를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시진핑과 함께 취재진에게 밝혀 #“나빠질 수 있는 많은 문제 사라질 것” #대북 관련 질문에는 즉답 안 해 #시진핑 “양호한 양국관계 세계 이익” #만찬장서 에너지·인프라 협력 제안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휴양지에서 세기의 만남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공군 비행장 공습을 승인한 직후였다. 시 주석을 맞으면서 다른 한편으론 미국의 힘을 과시한 셈이다. 외신들은 시 주석의 방미보다 시리아 공습을 톱 뉴스로 다뤘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당초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체면을 구길까 우려했었는데 시리아 폭격으로 시 주석의 방미 성과는 물론 국제사회에서의 존재감까지 밀리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부부는 일정대로 이날 오후 회담장인 마라라고 휴양지 입구에서 시 주석 부부를 기다린 후 환영했다.

6일(현지시간) 미·중 정상의 만찬이 열린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휴양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손녀 아라벨라(5)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 가곡을 부르고 있다. [신화=뉴시스]

6일(현지시간) 미·중 정상의 만찬이 열린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휴양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외손녀 아라벨라(5)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중국 가곡을 부르고 있다. [신화=뉴시스]

신화통신에 따르면 두 정상 부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손녀 아라벨라 쿠슈너(5)가 중국 가곡 ‘모리화’를 중국어로 부르고, 중국 어린이들이 배우는 교훈적 내용의 경전 『삼자경(三字經)』과 당시(唐詩)를 암송하는 것을 함께 지켜봤다. 이어 두 정상 부부는 휴양지 안에서 차를 마시면서 환담한 뒤 만찬 일정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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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1박2일간 첫 만남은 드러난 환대와 미소와는 달리 물밑에선 격한 담판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찬에서 “시 주석 일행을 모시게 돼 큰 영광”이라며 “우리는 장기적으로 매우 위대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까지 긴 토론을 했지만 소득이 없었다. 전혀 없었다(absolutely nothing)”는 뼈 있는 농담도 던졌다. 참석 인사들이 웃음으로 반응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 임하는 각오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책임 있는 세계의 대국으로서 양국은 소통하고 협조하며 큰일을 이뤄나가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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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시 주석은 “중·미 관계는 양호하며 두 나라 인민뿐 아니라 세계에 이익을 준다”며 “양호한 중·미 관계를 맺어야 하는 이유는 1000가지가 있지만 관계를 나쁘게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출발점에서 더 공고한 중·미 관계 발전을 이뤄나가자”고 강조했다. 이어 “두 나라는 새로운 외교안보와 경제, 법 집행 및 인터넷 안전, 사회 및 인문 교류 등 네 가지의 고위급 대화협력 기제를 새롭게 만들고 활용해야 한다”며 투자협정과 인프라 건설, 에너지 등 분야의 실무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을 중국 국빈으로 초청했고 트럼프가 이를 수락했다”며 “두 정상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심도 있는 회담을 장시간 진행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이날 팜비치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에게 “중국이 (대북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분명 독자적으로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재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대북 경제제재에 강력하게 안 나설 경우 미국이 중국과 갈등을 불사하며 세컨더리 제재와 같은 초강경 조치에 돌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베이징·워싱턴=예영준·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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