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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家 '엘리베이터株' 공동방어 순수 지원? 후계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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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며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제기되자 급기야 범(汎) 현대가(現代家)의 회사들이 경영권 공동 방어에 나서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고(故)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사망 이후 외국인들이 왜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대거 사들이는지, 그리고 현대가의 회사들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을 인수한 게 단순히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원인지 등에 대해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현대그룹 경영권 향배에도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14일에도 외국인들이 7만주 이상 사들이며 엿새째 상한가를 기록, 2만8천7백50원으로 마감했다.

?현대가의 지원 배경=KCC.현대백화점.현대시멘트.한국프랜지 등 6개 현대가 회사들이 지난 13일 현대엘리베이터 자사주 7.66%를 장외에서 사들인데 이어 장내에서도 4.5% 가량을 추가로 매입했다.

현대시멘트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동생 정순영 성우그룹 회장 계열이고 KCC는 정상영 명예회장, 한국프랜지는 고 鄭명예회장의 매제인 김영주 명예회장 계열이다. 현대백화점은 정몽헌 회장의 형 몽근씨가 회장이다.

이들은 현대 및 현대차그룹과는 또 다른 계열로 소위 '마이너 현대가'로 분류돼왔다. 증시 일각에선 이들이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지원을 통해 향후 현대그룹 경영권 향배에 일정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 KCC명예회장이 최근 가족회의를 소집해 현대가의 결속을 독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지분 참여로 현대가 회사들은 현대그룹 재편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현대 관계자는 "현대가 회사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순수한 뜻에서 지원한 것이며, 시세차익을 염두에 둔 투자일 뿐"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방어 이상없나=현대 관계자는 "현재 현대엘리베이터의 우호지분이 42%로 경영권 방어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증시 전문가들도 외국인들의 적대적 M&A가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외국인들은 전날까지 11.21%의 지분을 확보한 데 이어 이날도 7만여주를 추가로 매수, 지분율이 12%를 넘어섰지만 이미 주가가 이달 초에 비해 두배 이상 올랐기 때문에 계속 매수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삼성증권 송준덕 팀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들은 홍콩과 유럽계 6~7개 펀드인데 M&A보다는 장기투자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펀드 중 한 곳은 5% 이상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결제 후 5일 후인 오는 18일께 펀드의 성격과 투자 목적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원호.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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