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분기 깜짝 실적… 비수기가 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비수기가 사라졌다.'

삼성전자가 1분기에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이유를 한 마디로 설명하면 이렇다. 7일 발표된 실적 잠정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분기에 매출 50조원, 영업이익 9조9000억원 성적을 올렸다. 삼성전자가 1분기에 9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체 실적으로도 사상 최대였던 2013년 3분기 10조16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남는 장사를 했다.

중국 스마트폰 고스펙 경쟁에 IoT 확산 #반도체로만 6조원대 영업이익 남겨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대세 OLED로 굳어져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삼성에 주문 몰려

특히 지난해 1분기에 비해 매출은 0.44% 느는 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은 48.2%나 늘었다. 

1분기는 삼성전자의 비수기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신제품이 출시되기 전인 데다 전년도 하반기에 출시한 대화면 폰의 '신상 효과'도 옅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엔 노트7 사태로 신상 효과는 제로에 가까웠다. 봄·가을 결혼 특수나 여름철 에어컨 특수 같은 가전 수요도 없다.

이런 1분기에 삼성전자가 역대 두 번째 호실적을 낸 건 순전히 부품 경쟁력 덕분이다. 부품 중에서도 글로벌 수요가 늘고 있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효자 종목이 됐다.

반도체는 수요가 크게 늘면서 가격이 가파르게 올랐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저가 경쟁에서 고스펙 경쟁으로 전장을 옮기면서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에 주문이 몰리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의 확산으로 스마트폰이나 PC 외에도 반도체 수요가 늘고 있다.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크게 올랐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64기가비트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은 개당 3.56달러로 전달(3.25달러) 대비 9.54% 상승했다. 1월 9.56%, 2월 9.06%에 이어 3개월 연속 9%대 오름세다. PC용 D램 4기가바이트(GB) 평균 가격도 9개월째 오름세를 지속해 바닥이었던 지난해 5월 말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송은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신규 증설 없이 미세 공정 경쟁이 지속하고 있어, 재고는 부족한 반면 값 비싼 고사양 제품 출시는 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1분기에 반도체로만 6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도체가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벌어들이기 시작한건 지난해 3분기부터다. 지난해 4분기에 갤럭시노트7 사태 여파로 스마트폰을 거의 팔지 못하고도 9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도 반도체가 4조9500억원을 벌어들여서 가능했다.

디스플레이도 1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제조사들과 애플이 스마트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채택하면서 수출이 크게 늘었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 패널 점유율 97%의 절대강자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OLED 공급 구조상 수요 확대의 혜택을 삼성디스플레이가 고스란히 누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가 지분 84.8%를 보유하고 있어 실적이 연결제무제표에 함께 반영된다. 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2700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2분기 1400억원 흑자로 돌아섰고 3분기와 4분기에 연속으로 1조원을 상회했다.

반면 IM(IT·모바일) 부문은 갤럭시S8 출시가 한달 반 가량 늦춰지면서 전년 대비 실적이 감소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CE(소비자가전) 부문도 전통적인 비수기 영향과 패널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수천억원대 이익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의 '부품 쌍끌이'로 비수기를 극복한 삼성전자는 향후 실적 전망도 밝다. 특히 IM 부문의 전망이 밝다. 오는 21일 출시하는 신제품 갤럭시S8과 S8플러스는 예약 주문이 몰리는 등 돌풍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신제품의 돌풍은 대개 두달 가량 지속된다. 2분기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갤럭시S8이 전작의 인기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갤럭시S7이 판매 호조를 보인 지난해 2분기, 삼성전자는 IM 부문에서만 4조5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에 영업이익 12조원을 웃도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onis55@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