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맡기 위해 현장으로 달려간다...측정법 개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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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수도와 공장, 축사 등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호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2005년 4302건이던 전국의 악취 민원이 2015년에는 1만5573건으로 늘었다. [중앙포토]

최근 하수도와 공장, 축사 등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호소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2005년 4302건이던 전국의 악취 민원이 2015년에는 1만5573건으로 늘었다. [중앙포토]

공장이나 가축을 기르는 축사, 하수구 등 생활주변에서 발생하는 악취.

시료를 실험실에서 검사하던 방식 대신 #측정요원이 현장 다니며 코로 냄새 맡아 #발생원 주변 격자 그려 여러 곳서 측정

지난 2015년 전국에서 발생한 악취 민원은 1만5573건에 이를 정도로 시민들을 괴롭히는 골칫거리다.

환경 당국에서는 분석 장비로 암모니아·황화수소 같은 악취물질의 농도를 측정하기도 하지만, 악취 원인 물질이 워낙 다양해 아직도 악취 측정법은 사람의 후각에 의존하는 다소 원시적인 방법이 사용된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측정법은 비닐봉지에 현장 공기를 담아와서 실험실 내에서 냄새를 맡는 '공기 희석 관능법'이다.

공기 시료를 맑은 공기로 희석하면서 사람이 어느 희석 범위까지 냄새를 맡을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1991년 도입된 이 공기 희석 관능법은 일본에서 사용하고 있는 측정법이다.


하지만 악취는 측정 당시의 공장·축사 등의 조업 여건이나 기상 상황 등에 따라 측정 결과가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한 번 채취한 시료로 판정하는 '공기 희석 관능법'에 의한 결과에 대해 시민들이 만족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순간적이고 국지적으로 발생하고 사라지는 게 악취이기 때문에 시료를 실험실에 가져와 측정한 값은 기준 이내라도 현장의 주민들은 악취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악취 측정방법이 26년 만에 바뀐다. 하지만 그렇다고 장비에 더 의존하는 자동측정방식이 아니다.

악취를 맡으러 사람이 현장으로 본격 출동하는 방식으로 되돌아간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새로운 악취 시험법 도입을 위한 연구사업을 각 시·도 보건환경연구원과 함께 향후 8개월 실시한다고 6일 밝혔다.

지난해 환경과학원이 마련한 '현장 후각 측정법'을 서울 하수도 주변과 전북 완주군 양돈장 주변 같은 실제 악취 민원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과정인 셈이다.

독일에서 사용하고 있는 '현장 후각 측정법'은 측정지점에서 악취 판정요원이 10분 간 한 곳에 머물면서 10초 마다 냄새를 맡는 방식이다.

측정한 횟수의 10%, 즉 60회 중 6회 정도 악취가 감지됐다면 '1 악취시간(odor-hour)'으로 판정한다.

60회 중 12회면 '2 악취시간'. 60회 모두 악취가 감지되면 '10 악취시간'이 된다.

특히 굴뚝 높이의 30배를 반경으로 하는 지역에서 가로·세로 200~250m 거리의 가상 격자를 만들어 여러 곳을 다니면서 악취를 측정하게 된다.

사실 91년 이전에도 악취 판정요원이 현장에 나가 악취를 측정하는 '직접 관능법'을 사용했다.

악취 배출구나 공장 부지 경계선에 사람이 서서 다섯 사람 가운데 몇 명이 냄새를 맡을 수 있느냐로 판정했다.

사람의 후각은 쉽게 피로를 느끼기 때문에 현장 측정 효율이 떨어져 '공기희석 관능법'으로 바꾼 바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박정민 연구관은 "새로운 시험범이 도입되면 피해 주민의 악취 체감도를 제대로 파악, 악취 민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새로운 시험법이 도입되면 현재 각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 한 두 명뿐인 악취 판정요원도 대폭 증원해야 할 전망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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