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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대선후보들 미세먼지 공약 ‘나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왜 아무도 미세먼지 대책은 말 안 하나요?”

콜록콜록~숨 쉬기 힘든 고통받는데 #전문가 “제대로 된 대책 공약 없어” #시민 고통 덜어줄 ‘생활 대통령’ 필요

다음 대통령이 될 후보들을 향해 이와 비슷한 외침이 인터넷에 쏟아지고 있다. “다 필요 없고 미세먼지 공약 제대로 내놓는 후보에게 투표하겠다”(아이디 pekc****)와 같은 내용도 상당히 많다.

주요 정당 후보의 미세먼지 공약을 업데이트해 봤다. 하지만 긴박함과 위기감이 묻어나지 않는다. 장기적 담론 수준일 뿐 당장의 대책이 되지 못한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미세먼지 환경 기준을 최소한 선진국 수준 이상, 최대한으로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수준까지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계획은 없다. 후보 캠프의 홍종학 정책본부장은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날아오니까 국제 공조가 중요하다는 입장”이라며 “(미세먼지 대책을 많이 고민한) 안희정 충남지사를 모시고 충남도의 미세먼지 정책을 적극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5일 “원인은 중국·화력발전소·자동차·생활먼지”라며 “화력발전소를 줄이고 노후 디젤차량의 폐차를 지원해 주고 중국에서 오는 건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당장의 현실적인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안 후보 측은 “(그동안) 경선 일정 때문에 아직 공약 점검 스케줄을 잡지 못했다”며 “관련 공약은 이달 셋째 주께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측은 “현재 당과 (공약을) 조율하고 있다”며 “10일 정도 후 다른 정책과 같이 정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역시 석탄 사용을 줄이고 환경외교를 강화하겠다는 수준만 말했다. 이에 비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미세먼지 경보 발동 시 차량 운행 제한 및 대중교통 요금 할인 ▶2022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20개의 태양광발전 등으로 전환을 얘기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미세먼지 공약은 없다고 봐야 한다”며 “국민의 삶과 직결된 대기오염, 환경 공약은 뒷전으로 밀려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국민과의 소통 강화를 말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은 까닭이다. 그러나 적어도 미세먼지 문제만큼은 국민의 체감 고통지수를 줄여 주지 못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지금 ‘적폐 청산’ ‘국민 대통합’ ‘재벌 개혁’ ‘검찰 개혁’ 같은 거대담론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문제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지만 “미세먼지 대책을 말하는 대통령 후보를 보고 싶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를 후보들은 새겨 봐야 한다. 자신의 삶을 보듬어 주는 정치를 할, 생활 대통령을 만나고 싶은 국민이 적지 않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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