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하면서 울컥하기는 오랜만이었다. 국내 1위 청소도우미 파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미소’를 만든 빅터 칭(36) 대표와 창업자의 고단한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하와이에서 나고 자란 그는 2005년 한국에 건너와 네 차례의 창업에 도전했다. “창업이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바닥이라 여겼던 곳 아래에 또다른 바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으로 대표를 맡았던 세번째 창업에서 실패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반의 소개팅 앱 ‘친친’이었다. 폐업을 하면 어떤 기분이냐는 ‘잔인한’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폐업을 할 땐 오히려 쉬워요. 폐업하기 직전이 힘들어요. 거의 매일 악몽을 꾸고,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뭘 해야할지 생각하죠. 폐업할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최대한 해보는 거에요.” 그는 “폐업을 해 보면 내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볼 수 있다”며 웃었다.
그렇게 힘든데 왜 계속 창업에 도전할까.
“같이 창업한 친구에게 물은 적이 있어요. 너는 바보냐 아니면 미쳤냐. 왜 이런 힘든 짓을 하냐고. 저는 미친 쪽인 거 같아요. 1조원 가치의 스타트업을 유니콘이라고 하죠.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될 확률은 0.001%도 안돼요. 그런데도 시작할 때는 늘 ‘나는 될 것 같다’고 생각하니까. 정상적인 사고는 아닌 것 같아요.”
울컥한 이유는, 아마도 이렇게 순수한 대답을 오랜만에 들어서인 것 같다. 최근 머릿 속을 꽉 채운 화두는 이것이다. 왜 한국은 미국·중국처럼 창업 열기가 뜨겁지 않은가. 글로벌 정보기술(IT) 회사의 최고경영진을 만나면 늘 묻는 질문도 이것이다. “한국에 창업 열기를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들이 내놓는 대답은 모두 비슷하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것. 스타트업의 실패를 사회의 자산으로 인정하는 것. 한 인도계 IT 회사의 한국법인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 회사의 실패는 다른 예비 창업자에게 교과서가 된다. 이 시도가 왜 실패했는지, 어떤 점이 개선돼야 할지를 가르친다. 그래서 실패는 사회적인 보상을 받을만 하다.”
친친은 실패했지만 앞으로 나올 다른 소개팅 앱은 이 실패에서 많은 걸 배울 거다. 빅터 칭 대표의 ‘미친 짓’은 헛수고가 아니었단 얘기다. 이런 미친 짓을 격려하고, 이들이 실패를 거듭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 사회가 할 일이다. 세상은 결국 바보 아니면 ‘미친 사람’이 바꾼다.
임미진 산업부 기자 mi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