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란드시아, 스킨답서스, 테이블목…. 이름조차 낯설지만 최근 가장 ‘잘 나가는’ 식물들이다. 모두 공기 중 미세먼지의 농도를 낮춰준다는 공기정화 식물들이다.
봄철 뿌연 미세먼지 폭탄이 이어지며 이런 식물들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 따르면 틸란드시아 등 공기정화 식물의 판매량은 지난해에 전년 대비 64% 늘었고, 올해엔 지난해보다 29% 증가했다.
이들 식물을 집에 들여놓으면 공기청정기 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을까. 2004년부터 공기정화 식물을 연구해 온 김광진 농촌진흥청 도시농업과 연구관은 “효과는 확실히 있다”고 말했다. 그에게 궁금한 점을 들어봤다.
- 공기정화 식물이 미세먼지를 잡는 효과가 있나.
- “아무것도 없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효과가 있다”
-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있나
- “1㎥(물 1000ℓ가 들어가는 공간) 정도 크기의 방을 기준으로 실험을 해봤다. 한 곳엔 수염 틸란드시아 화분 3개를 두고 한 곳은 비워뒀다. 미세먼지와 화학 구성이 같은 시료를 날린 후 4시간이 지나자 pm10(미세먼지의 크기) 크기의 먼지가 가라앉았다. 아무 것도 없는 방에선 44%가 떨어졌고, 수염 틸란드시아가 있는 방에선 70% 이상 떨어졌다. 여러가지 공기정화 식물로 바꿔가며 실험했다. 모두 효과가 있었다.”
- 공기청정기를 들이는 것보다 수염 틸란드시아를 들이는 게 더 나은가.
- “‘공기청정기 한 대를 사는 대신 화분 3개를 들이세요’라는 식으로 단언할 수는 없다. 사무실이나 집의 크기가 모두 다르고 먼지를 유발하는 요소가 얼마나 있는지도 다르다. 공기청정기도 어떤 브랜드의 어느 정도 용량인지에 따라 성능이 다르다.”
- 이런 식물들이 미세먼지를 잡는 원리는 뭔가.
- “복합적이다. 아이비나 스킨답서스는 이파리에 왁스 층이 발달됐다. 이 왁스 층에 미세먼지가 붙는 거다. 또 잎에 기공이 나 있는 식물들도 있다. 크기가 PM20 정도 된다. PM10인 미세먼지, PM2.5인 초미세먼지가 이 안으로 흡수된다.”
- 꼭 위에 언급한 식물들만 효과가 있나.
- “아니다. 상대적으로 효과가 높다는 거다. 모든 식물은 음이온을 배출한다. 미세먼지는 양이온이다. 둘이 만나 입자가 굵어진 채 바닥으로 가라앉기도 한다. 공기정화 식물의 경우 이런 기능과 흡착 기능 등이 더해지니 효과가 더 좋은 것이다.”
- 주로 어떤 식물이 효과가 있나.
- “우리가 실험한 결과로 보면 흙에 심지 않는 식물로는 수염 틸란드시아가 좋았다. 화분에 심는 식물로는 1등이 아이비, 2등이 보스톤고사리, 그 다음이 스킨답서스, 넉줄고사리 순이었다.”
- 이들의 공통점은 뭔가.
- “고사리과 식물들이 대부분이다.”
- 왜 고사리과 식물이 많은가.
- “역사적으로 가장 초창기에 육지로 올라온 식물 군이다. 당시엔 뿌리가 발달하지 않은 상태니 미생물을 흙에서 얻지 못하고 주로 잎을 통해 공기 중에서 얻었다. 그런 특성이 남아 있다.”
- 잎이 넓은 활엽수보다 좁고 촘촘한 침엽수가 좋다는 말도 있는데.
- “일리는 있다. 이파리가 넓으면 미세먼지가 포함된 공기가 앞면, 뒷면만 닿고 흘러간다. 침엽수는 미세먼지가 그 사이사이에서 계속 유동하기 때문에 잎과 접촉할 기회가 많다. 자연스레 미세먼지가 잎과 닿을 기회도 많아진다.”
- 미세먼지가 논란이 되면서 최근에야 수입된 식물들인가.
- “아니다. 처음 연구를 시작한 2004년에도 국내에서 수입하던 식물들이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을 뿐이다. 물론 원산지는 미국 플로리다주 등 다양하다.”
- 미세먼지가 부각되기 전인 2004년부터 공기정화 식물을 연구한 계기는.
- “그때부터 새집증후군 등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현대인들은 콘크리트로 자연과 실내를 이중 삼중 차단하고 산다. 식물을 관상용 뿐 아니라 ‘웰빙’을 위한 도구로 써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김나한 기자 kim.nah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