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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대학 입학식 축하 연사로 나선 로봇이 꺼낸 말은?

중앙일보

입력

일본의 한 대학 입학식에 로봇이 축하 연사로 깜짝 등장했다. 주인공은 일본 근대문학가 나쓰메 소세키(夏目漱石: 1867~1916)를 본떠 만든 안드로이드 로봇(인간형 로봇)이다. 

도쿄의 니쇼가쿠샤(二松學舍)대학이 3일 열린 신입생 입학식에 이른바 ‘소세키 로봇’을 강단에 세웠다고 아사히신문이 이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특별교수로 초대된 소세키 로봇은 이날 신입생 약 760명에게 축사를 했다.

소세키 로봇은 “100년도 전에 ‘이상을 높게 가져달라’고 말했지만, 지금도 이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 “이상이라는 것은 식견에서 나오는 것이고, 식견은 학문으로부터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세키가 생존 당시 했던 강연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소세키 로봇은 지난해 사후 100주년을 맞아 니쇼가쿠샤대학과 오사카(大阪)대학이 협업해 만들었다. 의자에 앉아 있는 형상으로 높이는 약 130㎝, 무게는 약 60㎏ 정도다. 실감 나는 얼굴을 재현하기 위해 아사히신문사가 소장 중이던 나쓰메 소세키의 데스마스크(사람이 죽은 직후 얼굴을 본떠 만든 안면상)를 활용했다. 나쓰메 소세키는 1907년부터 사망 당시까지 아사히신문에 근무했다.

강단 선 소세키 로봇 "이상을 높게 가져라" #사후 100주년 기념해 제작한 안드로이드 #데스마스크 활용…만화가 손자의 목소리 본따 #"136년 전 같은 학교서 『논어』 배운 대선배"

나쓰메 소세키.

나쓰메 소세키.

오래 전 숨진 나쓰메 소세키의 음성도 되살리는데 노력했다. 만화가로 활동 중인 나쓰메 소세키의 손자 나쓰메 후사노스케(夏目房之介·67) 씨의 목소리를 참고했다.
소세키 로봇은 아직은 내장 프로그램에 입력된 회화를 하거나 작품을 낭독하는 수준에 그치지만, 인공지능(AI) 기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니쇼가쿠샤대학도 나쓰메 소세키와 인연이 깊다. 나쓰메 소세키는 1881년 한학을 가르치던 이 대학의 전신인 니쇼가쿠샤에서 『논어』를 비롯해 한시 등을 배웠다. 한마디로 신입생들에게는 136년 전 대선배인 셈이다.

오랫동안 일본 1000엔 지폐의 모델(현재는 세균학자 노구치 히데오)이었을 정도로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에서 ‘국민 작가’로 통한다. 생전에『나는 고양이로소이다』『마음』『풀베게』『산시로』『도련님』 등 일본 근대 지성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여러 작품을 남겼다.

니쇼가쿠샤대학 측은 앞으로 소세키 로봇을 대학과 부속 고등학교 등에서 강사로 활용할 예정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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