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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 "첼시 감독님이 '북한 꼭 가야하니? 축구선수 떠나 한 인간으로 걱정된다'고하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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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7일 김일성경기장서 여자축구 아시안컵 예선 

31일 오후 첼시fc 소속 지소연 선수가 북한과의 국가대표 경기를 앞두고 파주 트레이닝 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지소연 선수는 평양에서 경기를 마치고 평양 냉면을 먹고 오겠다 이야기 했다. [사진 우상조 기자]

31일 오후 첼시fc 소속 지소연 선수가 북한과의 국가대표 경기를 앞두고 파주 트레이닝 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지소연 선수는 평양에서 경기를 마치고 평양 냉면을 먹고 오겠다 이야기 했다. [사진 우상조 기자]

“지(Ji), 꼭 북한에 꼭 가야하니? 정말 걱정이 되서 하는 말이다. 안전은 보장되는거니?” “감독님. 걱정말고 보내주세요. 전 꼭 가야할 이유가 있어요.”

한국 공격 이끄는 ‘지메시’ 지소연 #“소속팀인 첼시 감독, 안전 걱정에 #꼭 가야할 이유 있다고 설득 했죠” #평양 7만 관중 대비 소음적응훈련 #“북한 꺾고 월드컵 티켓 도전할 것”

한국여자축구대표팀 간판공격수 지소연(26)과 그의 소속팀 잉글랜드 첼시 레이디스의 여자감독 엠마 헤이즈(41·여·잉글랜드)가 최근 나눈 대화다. 7일 북한 평양에서 열리는 여자축구 남북대결을 앞둔 지소연은 지난 3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소연은 지난달 27일 선덜랜드와의 여자 FA(축구협회)컵 8강에서 5-1로 승리를 거둔 뒤 감독을 거듭 설득한 끝에 한국대표팀에 합류했다.

지소연은 “북한에 간다고 하니 엠마 감독님이 진심으로 걱정을 하셨다. 나는 ‘이번에 북한에 가지 못하면 앞으로 많이 후회할 것 같다’ 고 대답했다. 한국 여자축구를 위해서 보내달라고 설득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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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축구대표팀은 7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경기장에서 북한과 2018년 아시안컵 B조 예선을 치른다. 한국축구가 북한에서 경기를 치르는 건 1990년 남자축구 남북대결 이후 27년 만이다. 한국은 평양에서 5일 인도, 7일 북한, 9일 홍콩, 11일 우즈베키스탄과 차례로 맞붙는다. 한국은 북한을 꺾고 조 1위에 올라야 2019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출전권이 걸린 2018 아시안컵에 나설 수 있다.

2일 출국한 한국대표팀은 중국 베이징에서 하루 머문 뒤 중국항공편으로 3일 평양에 입성한다. 남북관계가 꽁꽁 얼어붙은 상태지만 북한은 지난달 29일 아시아축구연맹을 통해 선수단의 신변안전 보장각서를 대한축구협회에 보내왔다. 지소연은 “북한에 가는 건 처음이다. 우리는 정치적 이슈를 떠나 축구만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지소연/파주/20170331/우상조기자] 31일 오후 첼시fc 소속 지소연 선수가 북한과의 국가대표 경기를 앞두고 파주 트레이닝 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지소연 선수는 평양에서 경기를 마치고 평양 냉면을 먹고 오겠다 이야기 했다.

[지소연/파주/20170331/우상조기자] 31일 오후 첼시fc 소속 지소연 선수가 북한과의 국가대표 경기를 앞두고 파주 트레이닝 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지소연 선수는 평양에서 경기를 마치고 평양 냉면을 먹고 오겠다 이야기 했다.

한국은 FIFA 랭킹 17위, 북한은 10위다. 역대 전적은 1승2무14패로 절대적인 열세다. 하지만 지소연은 “북한이 우리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엔 비기거나 근소한 차이로 졌다”며 “우리 선수들도 이젠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말했다.

지소연은 또 “지난해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우승했던 북한 선수들이 최근 성인대표팀에 합류했다. 축구스타일은 기존과 똑같다. 선수들이 큰소리를 지르며 그라운드를 누빈다. 롱킥 위주의 선굵은 축구를 구사한다”고 밝혔다.

김일성경기장은 7만명을 수용한다. 북한의 만원 관중이 열띤 응원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대표팀은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대결을 앞두고 목포축구센터에 대형 스피커를 설치해놓고 소음적응훈련을 했다. 지소연은 “스피커에서 ‘우리 민족끼리 조국통일~’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훈련을 했다”며 “선수들끼리 ‘한국을 응원한다고 생각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지소연/파주/20170331/우상조기자] 31일 오후 첼시fc 소속 지소연 선수가 북한과의 국가대표 경기를 앞두고 파주 트레이닝 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지소연 선수는 평양에서 경기를 마치고 평양 냉면을 먹고 오겠다 이야기 했다.

[지소연/파주/20170331/우상조기자] 31일 오후 첼시fc 소속 지소연 선수가 북한과의 국가대표 경기를 앞두고 파주 트레이닝 센터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지소연 선수는 평양에서 경기를 마치고 평양 냉면을 먹고 오겠다 이야기 했다.

지소연은 2014년 첼시 레이디스에 입단해 주전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지소연이 2015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예선 등에선 큰 활약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지소연은 “작년과 재작년에 대표팀에서 부진했던 건 인정한다. 하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많은 골을 넣은 것도 사실”이라며 “팬들의 질책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2006년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지소연은 한국 여자축구 선수로는 A매치 최다인 41골(91경기)을 기록 중이다.

지소연은 “고교 시절 친하게 지내던 북한여자축구선수들은 대부분 은퇴했다. ‘북한선수들이 지면 정말로 탄광에 가는게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그런 걱정할 때가 아니다. 나는 북한과의 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우리는 북한을 꺾고 월드컵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대표팀은 보안상의 이유로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두고 북한에 간다. 휴대전화 대신 보드게임과 공기놀이를 가져갈 계획이다. 지소연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을 꺾은 뒤 평양냉면 한그릇 먹고 올게요.”

한국 여자축구 간판스타 지소연은 …

생년월일: 1991년 2월21일 키: 1m61㎝ 포지션: 공격수 별명: 지메시(지소연+메시)

소속팀: 일본 고베 아이낙(2011~13) 잉글랜드 첼시 레이디스(2014~)

대표팀 주요성적: 2010년 20세 이하 월드컵 3위, 2015년 월드컵 16강 대표팀 기록: 91경기 41골

주요수상: 2010년 20세 이하 월드컵 실버슈, 2015년 잉글랜드프로축구선수협회 올해의 선수상

파주=박린 기자, 사진=우상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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