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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호르몬이 정력제?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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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5호 24면

新 부부의사가 다시 쓰는 性칼럼

일러스트 강일구

일러스트 강일구

“아니, 다른 곳에선 수치가 낮다며 남성호르몬 주사했거든요. 그런데 왜 안 된다는 겁니까?”

호르몬 치료로 꽤 효험을 봤다는 30대 미혼남성 A씨는 눈을 부라리며 항의했다. 예전에 비해 떨어진 발기력, 성욕 저하, 피로감 등 방송에서 봤던 연예인의 사례와 너무 비슷해 어떤 병원에서 남성호르몬을 주사로 보충해 왔다고 한다.

남성호르몬 저하에 따른 남성갱년기 문제는 수년간 필자의 언론활동을 통해서도 많이 알려졌고 최근 연예인들의 사례까지 보도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더 커졌다. 이를 통해 남성호르몬의 중요성이 인식된 것은 반갑지만 과유불급의 사태가 벌어져 우려스럽다.

“남성호르몬이 혈중 농도가 7 정도 나오는 게 제일 좋다면서요? 제가 4.8 정도니 7이 되면 더 좋다며 호르몬 주사를 권해서 맞았지요.”

40대 후반 B씨의 사례는 더욱 문제다. 남성호르몬은 오전 중 측정해서 대략 5~7정도의 혈중 농도면 건강한 편이고, 임상적으로는 3.5 이하일 경우 성욕 저하, 발기력 저하, 사정량 감소 등의 성기능 문제나 근력 저하, 만성피로, 우울 등의 남성갱년기 증상이 온다.

그런데 A씨와 B씨는 호르몬 치료를 해선 안 되는 사례다. B씨처럼 비교적 무난한 혈중치인데 최상 수치인 7까지 올리자며 보충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아직 호르몬 생산기능이 제법 되는데, 불필요한 보충은 오히려 B씨의 고환기능을 멈추게 한다.

A씨처럼 호르몬 수치가 낮더라도 20~30대의 젊은 남성들에게 호르몬 치료는 절대 함부로 해선 안 될 일이다. 남성호르몬 보충치료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혼이거나 임신이 필요한 남성들이 남성호르몬 주사를 함부로 쓰면 무정자증 등 불임의 가능성이 있어 금기다.

보통 남성호르몬이 급격히 떨어지는 시기는 40대 중반인데, 요즘엔 중년뿐 아니라 젊은 20~30대의 남성들에게서도 남성호르몬이 급격히 떨어지는 사례가 많긴 하다. 운동 부족으로 비만한 데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가 하면 과음하거나 밤과 낮의 생활이 바뀌어 수면부족인 경우가 많다 보니 남성호르몬이 낮아지기 쉽다. 더불어 우울·불안·강박증 등 심리문제도 남성호르몬의 저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억제 원인과 부정적 생활습관을 잘 교정해주면 남성호르몬은 상당히 회복될 수 있는데 이를 의사도 환자도 등한시한다.

남성호르몬 직접적 보충은 임신이 더 이상 필요 없는 40대 중반 이후의 나이에 남성갱년기 증상을 개선시키는 좋은 치료법이다. 하지만 남성호르몬 요법이 지나치면 독이 된다. 전립선암, 전립선 비대증, 탈모, 간독성, 혈전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정기적인 체크 하에 안전하게 사용해야 하며 정력제로 오인해선 안 된다. 남성호르몬의 저하는 기본적으로 그간 심신의 건강을 제대로 관리 못했다는 뜻이니 이제는 신경써야 한다.

강동우·백혜경

성의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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