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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G] [두근두근 인터뷰] “한국 교육은 가난의 길로 가고 있다” 존 리 메리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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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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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위한다면 사교육보다 일찌감치 주식에 투자하라고 외치는 메리츠(Meritz) 자산운용의 존 리(59·John Lee·한국명 이정복) 대표이사. 20여 년간 미국에서 배운 투자 경력과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국내 주식투자 문화를 조성하는 일에 매진하고 있다. 공부보다는 돈을 벌라는 그의 강연은 지금까지 2만여 명의 학부모가 들었다. ‘노동자가 아니라 자본가가 되라’고 말하는 존 리 대표를 서울 북촌의 메리츠 사무실에서 TONG청소년기자가 만났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갔는데요.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인생이 너무 지루하잖아요. 앞으로의 내 인생이 예상되는 게 너무 싫었어요. 미국에서 ‘스커더, 스티븐스 앤드 클라크’란 회사에 취직하게 됐죠. 거기서 주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3년 전 또다시 모험을 하고 싶어 돌아왔어요. ‘미국에선 주식을 긍정적으로 보는데 한국은 왜 아닐까’ 의문을 갖다 주식을 전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왜 메리츠에 왔나고요? 당시 메리츠는 가장 알려지지 않은 회사라 일부러 왔어요.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거든요. ‘no pain no gain.’

-주식 투자를 왜 해야 하나요?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잖아요. 이 사회에는 노동과 자본이 있죠. 노동과 자본을 극대화하는 게 부의 창출이에요. 많은 사람들은 노동만 생각해요. 하지만 사람은 늙기 때문에 노동에는 한계가 있죠. 학교는 자본을 잘 이용하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더라고요. 여러분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생각해 보세요. 보통 사람들은 취직을 할 거라고 말하죠. 그리곤 열심히 일하겠죠.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노인층이 어떻게 살고 있는 한번 보세요. 노후 준비가 안 돼 있습니다. 왜? 노동만 했기 때문이에요. 자본을 이해하지 못한 거죠. 자본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회사를 차려 자본가가 된다. 둘째, 주식에 투자한다. 이렇게 간단한 걸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아요. 오직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하죠. 부모님들이 사교육에 돈을 쏟는 게 너무 아까워요. ‘학원 열심히 보내 좋은 대학 가면 성공하겠지. 돈 많이 벌겠지’ 기대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국영수 잘한다고 부자 되는 거 아니에요.”

-부모님은 자식에게 투자한다는 마음으로 사교육비를 지출하잖아요.
“투자 중 가장 잘못된 투자가 자식 투자예요. 아이들이 잘 될 리가 없어요. 나는 엄마들에게 ‘부자 되라고 가르쳐야지 공부만 하라고 가르치는 건 잘못’이라고 말합니다. 부모 세대는 공부를 잘하면 다 할 수 있었어요. 명예, 돈, 권력 등을 차지했죠. 하지만 그런 세상은 지금 없어요. 국영수, 토익 잘 보는 거 더 이상 경쟁력이 없어요. 차라리 어렸을 때부터 주식 투자를 하는 게 남다른 경쟁력이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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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가 방법이 아닌 철학’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무슨 뜻인가요?
“주식 투자를 하는 이유가 뭘까요? 단순히 트릭을 써서 재빨리 돈을 벌기 위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식 투자를 하는 이유가 분명치 않아요. 나는 노후를 준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간단하죠. 그러니까 철학이죠. 늙어서 남에게 신세를 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능력이 있는 젊을 때부터 월급의 10%를 주식에 투자해 노후를 준비해야 합니다. 한국에 와 보니 연세 드신 분들이 굉장히 어렵게 사세요. 미국의 중상층 사람들은 다 주식 투자를 하거든요.”

-왜 대중교통을 이용하시죠?
“비싼 외제 승용차를 타는 직원들에게 ‘가난의 습관을 버리라’고 항상 말해요. 가난의 습관은 말 그대로 자기도 모르게 가난해지려고 노력하는 거죠. 사교육비 지출, 자동차 타는 것 등등. 버스는 1200원인데 자동차를 타면 만 원씩 쓰는 거잖아요. 계속 가난해지려고 하는 거죠.”

-아 그래서 저희 보고 마을버스 타고 오라고 하신 거군요. 저는 심지어 걸어 왔습니다.(웃음)
“잘했어요. 그런 식으로 하루에 1만 원씩 아끼면 그만큼 부자가 되는 거죠. 그것이 부자의 습관이에요.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1만 원을 쓴다면 그만큼 가난해지는 거고, 가난의 습관인 겁니다.”

주식 강연을 하는 존 리 메리츠 자산운용 대표.

주식 강연을 하는 존 리 메리츠 자산운용 대표.

-한국 사람들은 주식을 ‘합법적 도박’으로 인식하며 ‘어른들이나 하는 것’ ‘공부나 해라’ 등 얘기를 많이 하잖아요.
“철학이 없기 때문이죠. 내 친구들도 그래요. 노후를 보고 투자하는 게 아니라 단순 이익을 위해 단기간에 사고팔죠. 그건 투자가 아니에요. 도박이죠. 도박장에선 돈 번 사람보다 잃은 사람이 더 많죠? 주식을 빙자한 도박을 한 거죠. 주식은 모으는 겁니다. 내가 1만 5000원에 삼성전자 주식을 샀어요. 그 주식이 지금 200만 원 가까이 되잖아요. 주식은 시간을 둬야 해요. 여러분은 시간이 많잖아요. 그래서 지금부터 준비하라는 겁니다. 근데 여유자금이 없잖아요. 어머니께 사교육비로 쓰지 말고 투자해 달라고 하세요. 그럼 남들 대학 등록금 걱정, 취직 걱정 할 때 할 필요 없잖아요. 남들 그 걱정 할 때 어디로 여행을 갈지, 창업을 할지, 뭘 더 공부할지 여유롭게 생각할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은 취직 하나만 목표를 두고 있는데 취직하는 것은 남을 위해 일하는 거예요. 왜 남을 위해 일하나요? 나를 위해 일해야지."

-모두가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는데요.
"남들이 다 취직에 목표를 두고 있다고 자신도 그런 목표를 두는 건 아니에요. 이 좋은 세상에서 학원에서 밤 10시 넘도록 공부하는 건 바보 중에 바보입니다. 공부가 정말 좋다고 하면 열심히 하세요. 다만 그렇지 않다면 적당히 숙지만 해도 됩니다. 대학교도 꼭 가지 않아도 돼요. 대학 가는 게 인생의 목표가 아니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취업을 목적으로 대학을 가요. 그러면서 순수한 꿈을 위해 간다고 아닌 척을 하죠. 돈을 좋아하면서도 ‘어릴 때부터 돈을 알면 안 돼’ 이러죠. 노후에 타인에게 신세지지 않고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 자식을 잘 기르기 위해, 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 돈을 버는 겁니다. 늙어서 너무 힘들게 일하면 비참하지 않을까요? 지금부터 준비하라는 겁니다. 너무 준비들 안 해요. 한국이 노인 빈곤율 1위예요. 미얀마보다 낮아요. 이런 얘기는 미국에서 당연한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굉장히 놀라더라고요. 하루에 1만 원 20년간 투자했으면 10억입니다. 워런 버핏에게 50년 전 100만 원을 맡겼으면 지금 180억이고요. 복리의 무서움이죠. 어렸을 때부터 하라는 겁니다.”

-그럼 청소년은 어떤 회사에 투자해야 할까요?
“여러분들이 더 잘 알 걸요. 친구들이 뭘 좋아하는지. 나는 나이가 많아 여러분이 뭘 좋아하는지 잘 몰라요. 여러분들이 미래잖아요. 미래에 뭐가 잘 될까? 운전자 없는 자동차가 나온다는데 그럼 그 자동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가 잘 되지 않을까 이런 식으로 시작하는 겁니다. 장기적으로 보세요. 대부분의 투자가들은 5% 이윤을 보면 팔고 10% 손해 보면 손절매(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손해를 보더라도 파는 것)하죠. 그것은 철학이 없는 도박이에요."

-주식은 모으는 거라고 하셨는데 그래도 언젠가 매매를 해야 하잖아요.
“매매도 철학이죠. 내가 생각한 것과 틀렸을 때 장기적으로 보고 샀는데 싹이 노랄 땐 팔아야죠. 그리고 단기간에 엄청 올랐을 때 팔아야죠. 정말 사고 싶은 주식이 생겼는데 여유자금이 없을 때 가장 전망이 낮은 걸 팔아야죠. 단순히 주가가 오르고 떨어졌다고 사고파는 것은 도박이에요. 파는 것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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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스트리트(금융업의 본산지)에 오래 계셨는데 월가는 어떤 곳인가요?
“우리는 금융업이 굉장히 낙후돼 있어요. 금융이 발전해야 나라가 부강한데도 말이죠. 금융업은 부가가치가 매우 높고 영리함을 필요로 해요. 예를 들어 미국엔 엔젤 펀드도 있고 스타트업 펀드도 있어서 창업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죠. 한국은 공부만 하라고 해요. 금융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해요. 한국은 공장 짓는 것만 생각해요. 공장을 지으려면 돈이 필요해요. 그 공장을 가장 싸게 가져오는 능력이 경쟁력이죠.”

-자녀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까요?
“유태인들은 어릴 때부터 자본에 대한 교육을 해요. 복리가 무엇인지, 삶에 있어 돈의 중요성을 알려 주죠. 한 살때부터 주식을 삽니다. 작은 철학 하나의 차이로 유태인들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겁니다. 한국 사람은 남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해요. 대학 못 가도 창피할 것 없어요. 그냥 공부에 관심이 없을 뿐이에요. 사람마다 특기가 다르잖아요. ‘나 서울대야’ ‘나 연대야’ 하면 ‘우와’ 하죠. 그것뿐이에요. 택시기사님들 여쭤 보면 ‘이래 보여도 나 은행 지점장이었어’ ‘삼성 임원이었어’ 하는 분들 많아요. 한국 교육 시스템이 다 가난의 길로 가고 있어요. 내가 교육부 장관이 되면 수능 없앨 거예요. 서울대도 없애고.

누구나 백만장자 될 수 있는데 공무원이나 하려 하고. 빌게이츠처럼 살고 싶지 않나요? 그 정도까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러한 꿈과 비전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시험 잘 봐서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비싼 차 사서 잘 보이려고 하는 거 무슨 의미가 있나요? 과외 안 시켜서 꼴찌 하면 어쩌나 걱정들이 많은데 꼴찌 해도 괜찮습니다. 1등 해서 가난한 거보단 꼴찌 해도 부자 되는 게 낫지 않나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재벌이 돼 서울대 졸업한 친구들 쓰면 되는 겁니다.”

존 리 대표와 배명고 자율동아리 학생들. 앞줄 왼쪽 세 번째가 정재모 TONG청소년기자.

-마지막으로 청소년들에게 한 말씀 해 주세요.
“공부 못 해도 괜찮다고 말해 주고 싶네요.(웃음) 다 부자가 될 수 있으니 자기가 원하는 걸 하라고요. 그리고 부자가 되는 연습을 하라고요. 그 첫 번째가 주식 계좌를 여는 거죠. 쓸데없이 돈 쓰지 말고 성실하고 부지런하세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남들과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갖길 바랍니다.”

인터뷰=허재·정재모(서울 배명고 2)
글·사진=정재모 TONG청소년기자
도움=박정경 기자 park.jeong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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