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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핵 후진국' 오명에...다음달부터 고1 대상 잠복결핵검진

중앙일보

입력

결핵에 걸리면 어떻게 될까. 기침이 가장 흔하게 나타나고 때로는 피가 섞인 가래가 나오기도 한다. 열이나 식욕 부진, 소화불량 등의 증세가 생기기도 한다. 보통 기침·가래 등의 증상이 2주 이상 지속하는 경우엔 반드시 결핵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정부, 결핵 예방 위해 희망 고교 방문해 채혈 검사 #잠복결핵 양성 나오면 동의 거쳐 무료로 치료 가능 #최근 3년간 전국 고교 절반서 결핵 환자 발생하기도 #"2주 이상 기침 등 의심 증세 있으면 진단 받아야"

  하지만 결핵균에 감염됐다고 무조건 결핵에 걸리는 건 아니다. 감염자의 10% 정도만 결핵 환자가 되고 나머지 90%는 평생 건강하게 지내는데 이들은 '잠복결핵'으로 분류된다. 잠복결핵이면 증상도 특별히 없고 다른 사람에게 병을 전파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언제든 결핵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군'으로 꼽힌다.

결핵균을 확대한 모습. [중앙포토]

결핵균을 확대한 모습. [중앙포토]

  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등 정부 부처는 다음 달부터 고등학교 1학년(약 52만명)을 대상으로 이러한 잠복결핵을 확인하는 검진을 시행한다고 30일 밝혔다. '결핵 후진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학교 내 결핵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목표에서다. 해당 검진을 희망하는 고교에는 대한결핵협회가 방문해 채혈 검사를 시행한다. 잠복결핵 감염 여부 진단은 약 1주일 정도 걸린다. 잠복결핵에 '양성'이 나오는 학생과 그 학부모는 지역 보건소에서 치료 과정과 치료제 부작용 등에 대해 설명을 듣게 된다. 잠복결핵 치료에 자발적으로 동의하면 추가검사 실시 후에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치료에 동의하지 않아도 불이익은 없다.

고1 대상 잠복결핵검진 주요 내용. [자료 보건복지부]

고1 대상 잠복결핵검진 주요 내용. [자료 보건복지부]

  이는 결핵 관련 지표가 외국보다 현저히 뒤떨어지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우리나라는 매년 3만여 명의 신규 결핵 환자가 발생하며 2200여 명(2015년 기준)이 결핵으로 숨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인구 10만명당 80명), 결핵 사망률(인구 10만명당 5.2명) 모두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령별로 들여다보면 주로 고교생들인 15~19세, 65세 이상 노인서 각각 환자 발생이 급증하는 양상이 나타난다. 실제로 10~14세에 10만명당 102명이던 결핵 환자 수는 15~19세에 10만명당 750명으로 뛰어오른다. 조경숙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장은 "청소년 시기엔 호르몬 작용이 활발해지면서 잠복결핵이 결핵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학교 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 학생들 사이에서 결핵이 쉽게 전파되고 집단 발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결핵 후진국' 한국의 현실. [자료 보건복지부]

'결핵 후진국' 한국의 현실. [자료 보건복지부]

  결핵의 위협은 학교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3년간(2013~2015년) 결핵 환자가 발생한 고등학교는 1093개(1166명)로 집계됐다. 전국 2300여개 고등학교의 절반 수준(48%)에 달한다. 이 때문에 정부도 결핵 발생률을 선진국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결핵 안심국가 사업'의 일환으로 고교 1학년생을 포함한 잠복결핵 검진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조경숙 과장은 "학생이 2주 이상 기침 등 증세가 있으면 결핵을 의심하고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학부모와 일선 고등학교가 지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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