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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문재인, 꼬리 무는 의혹들 덮고만 갈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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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내던 2006년 말 아들 준용씨가 한국고용정보원에 특혜 채용됐다는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꿈의 직장’인 공기업에 2명이 지원해 2명이 합격한 과정부터 석연치 않다. 통상 16~42일인 공고기간이 6일에 불과했고 준용씨가 응모한 ‘동영상 및 PT’ 분야 채용 사실을 일반인이 알기 힘들게 만들어 놓은 점, 당시 원장이 문 전 대표가 데리고 있던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점 등 의심스러운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노동부가 당시 감사보고서에 이런 의혹들을 적시하고 “제한적인 채용 공고와 단기간 공고는 외부 응시자를 최소화한 뒤 특정인을 채용한 의혹을 갖게 했다”고 지적한 것도 주목된다.

아들 특채설에 “해명된 사안”만 되풀이 #친문 교수의 학생 동원도 “나와는 무관” #1위 후보다운 투명성과 책임의식 절실

문 전 대표 측은 감사보고서가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이를 입증할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린 것을 근거로 특혜설을 부인한다. 하지만 준용씨가 입사 14개월 만에 장기 해외연수 기회를 따내고 37개월분의 퇴직금을 수령한 의혹이 추가되면서 논란은 꼬리를 물고 있다.

문 전 대표 지지모임인 ‘새로운 전북포럼’ 출범식에 학생 172명을 동원해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29일 압수수색을 당한 전주 우석대 A교수에 대한 대응도 실망스럽다. 영문도 모른 채 행사에 참석한 학생들은 A교수가 학교 예산 등으로 지불한 뷔페를 먹고 영화를 본 ‘죄’로 50만~25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할 처지가 됐다. 문 전 대표 측은 “캠프와는 무관한 개인의 일탈 행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A교수는 문 전 대표를 오래전부터 지지해온 전북포럼 회원이다. 대학생들이 처벌될 곤경에 처했다면 문 전 대표는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 분명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지난 22일 민주당 일부 지역 경선 개표결과가 미리 유출된 사건도 마찬가지다. 당 선관위는 지역위원장 6명이 단체 카톡방에 개표결과를 올린 정황만 확인하고 조사를 중단했다. 책임자를 처벌하거나 수사를 의뢰할 뜻도 없다고 한다. 문제의 6인 가운데 일부가 친문 인사인 점, 유출된 개표 결과가 문 전 대표에게 유리한 점을 고려하면 당 선관위가 문 전 대표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파다하다. 이에 대해서도 문 전 대표 측은 입을 다물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의혹과 비판이 억울하다고 여길지 모르겠다. 그러나 지지율 1위 후보에게 검증이 집중되는 건 당연하다. 국민은 무섭도록 똑똑하다. 의혹의 사실 여부에 앞서 의혹에 대응하는 후보의 자세를 눈여겨본다. 투명하게 진상을 밝히면 잘못을 했더라도 털고 갈 여지가 생긴다. 무조건 의혹을 부인하거나 덮으려 하면 민심의 철퇴를 피할 수 없다.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찌라시’라며 일축하다 국민의 공분을 산 끝에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극에서 문 전 대표는 교훈을 얻길 바란다.

이번 대선은 탄핵 선고 이후 60일 만에 치러져 후보 검증이 소홀해질 우려가 크다. 불필요한 인신공격은 자제하되 후보의 처신과 주변 검증은 어느 때보다 엄격하게 해야 한다.